며칠 전 경기도교육청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교사가 수업시간에 있었던 일화를 교육청에 사연으로 보내서 그 사연을 바탕으로 웹툰이 만들어져 도교육청의 공식 SNS서비스에 올라갔는데, 일부 누리꾼들과 야당 의원들이 이 웹툰을 ‘사실상 북한찬양’이라고 하는 바람에 결국 도교육청에서 그 웹툰을 삭제하고, 이재정 교육감이 공식사과까지 한 것이다.

궁금한 마음에 웹툰을 보았고, 보고 나서 뭐라고 해야 할지 할 말을 잃었다.

논란이 된 부분은, “북한이 부럽다”라는 제목부터, 아이들이 북한에 가고 싶어한다는 중간내용 때문이라고 한다.

북한의 학교에서 소풍과 운동회를 하는 사진을 보고 아이들이 부러워한다. (현 초등학교 2학년은 작년과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소풍·운동회는 고사하고 등교조차 몇 번 하지 못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소풍 가고 싶어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닌가?)

문제가 된 장면은 다음에 나온다. 북한은 담임선생님이 정해지면 소학교 5년, 중학교 6년간 똑같은 선생님이 담임을 한다. 이것을 보고, 아이들은 “북한 부럽다”, “북한 가고 싶다”, “갈 사람 손들어”, “우리 선생님이랑 쭉 함께 할래”, “선생님 좋아”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선생님은 당연히 감동을 받는다.

이 장면이 북한을 찬양하는 내용일까?

담임선생님이 정말로 좋은 분이어서 현재의 반 아이들이 학교 졸업할 때까지 현재 담임선생님이 쭉 담임선생님이면 좋겠다는 말 아닌가?

저 내용으로 국민의힘과 보수단체에서는 경기도교육청과 이재정 교육감(전 통일부 장관이었던), 나아가서 교육부와 정부까지 비난하고 있다.

신문에 실린 기사를 보면서 두 가지 일이 떠올랐다.

한 가지는, 작년에 TV에서 방영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한 보수단체에서 드라마에서 북한군 장교(배우 현빈)를 미화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한 것이다. 당연히 무혐의 처리됐고, 주변 사람들에게 우스갯소리 이상의 이슈가 되지 못했다.

또 한 가지는 조금 옛날 일이다. 1956년 진보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와 이승만과 대결을 벌였던 조봉암은, 선거가 끝난 후 사형에 처해진다. 선거공약으로 “평화통일”을 주장했다는 것이 반공법 위반이자 간첩이라는 증거이고, 그것이 사형의 이유였던 것이다.

1980년대 일부 대학교 학생들은, 로동신문이나 북한에서 발행된 매체에 실린 북한의 정강·정책을 그대로 반정부 시위로 쓰기도 했다. 그 경우라면 북한을 찬양했다고 해도 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반 선생님도 북한처럼 우리가 졸업할 때까지 계속 담임이었으면 좋겠다’라는 표현, ‘드라마에 나오는 북한군 장교가 너무 잘 생겼다’라는 것, ‘북한과 싸우지 말고 평화적으로 통일하자’라는 주장, 이 모두가 북한을 찬양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지금 우리는 친북논란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는 아예 ‘북한’이라는 말도, 생각도 하면 안 되는 세상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