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현

광주 연세아카데미학원 원장

나는 ‘가난이 가난을 낳는다’라는 말을 무척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지방에서 소규모 학원업에 20년이 넘도록 몸담다 보니, 저절로 위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곤 한다.

내가 있는 이 곳은 경기도 광주인데, 위치상으로는 오히려 이천 쪽에 가깝다. ‘경기도 광주시면 중소도시 아닌가? 시골은 아니잖아?’라는 합리적 의구심이 들 수도 있지만 이 지역의 많은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몇몇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근처 생산업체, 마트 등에서 일하며 서울의 반도 안 되는 수업료에도 버거워한다. 먹고 사는 문제가 더 크다 보니, 자식들에게 신경 쓸 여력은 없기 마련이다.

상담전화라도 한 번씩 하다 보면, 일주일은 꼬박 걸리는데 20명 남짓 되는 아이들의 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부모들이 일을 하는 도중에 전화를 받을 수가 없고, 퇴근시간에 맞춰도 전화가 안 되고, 겨우 통화하면 피곤이 잔뜩 덮인 목소리로 “네.. 아.. 네..” 하는 단답형 말에 얼른 전화를 끊게 된다.

학교에서 체벌이 없어지게 된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후 아이들의 학습수준, 생활태도, 집중력은 해마다 급격하게 떨어지는 느낌이다.

학원에는 초등학교 5학년인데 글을 몰라 한글을 가르쳐야 하고, 중학교 3학년이 알파벳 소문자를 못 쓰고, 초등학교 분수덧셈, 뺄셈부터 다시 가르쳐야 하는 아이들도 있다.

물론 잘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잘한다는 기준을 수능등급으로 객관성을 부여하자면, 고등학교에서 전교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학생이 2등급 맞추기가 하늘에 별따기이다. 그것도 국·영·수 전부가 아닌 어느 한 과목에서 말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학생이 수능을 포기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아이들에게 있어서의 학교생활은 시간 때우기, 친구와의 만남의 장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대학은 꼭 가야한다’라는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이란 적어도 학생의 본분을 잊지 말아야 하고, 학생의 본분은 학교생활에 충실한 것을 말하며, 충실이란 것은 학교에서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이 학습에 관한 것이건, 인성과 예절에 관한 것이건 잘 듣고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초·중·고 세 과정을 거치며, 많이 보고 생각하고 느끼고, 나쁜 것이 아니라면 최대한 경험해 보아서 이 아이들이 사회에서 거칠고 험난한 일에도 이겨낼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힘들어 죽겠다고 죽상인 고3 아이들에게 꼰대처럼 하는 말이 있다

“정말 이러다 스트레스로 죽겠다. 피곤해서 길에서 쓰러지겠다. 이렇게 극한의 고3을 보낸 사람일수록 살면서 큰 어려운 일들을 잘 극복할 거다. 왜냐고? 너희들은 그 힘든 고3도 이겨냈으니까. 그렇지?”라고 말이다. 글을 적다 보니 ‘나도 참 옛날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한 학생에게 전화가 왔다. “선생님 저 미용실인데요. 파마 하느라 학원 못가요!”

‘허허...월·수·금 수업인데 화·목·토는 미용실이 안하나 보다...’

우리 아이들이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지적으로도 더욱 성숙해질 날들을 노력하며 기다려 본다.

‘가난이 가난을 낳는다’는 말을 너희는 듣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