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특목고와 자사고 폐지를 앞두고 초등학생 학부모들이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양천구 등 우수 학군으로 대거 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강남구와 서초구로 순유입한 초등학생만 1,849명이었다.

강남·서초구로의 초등학생 순유입이 2019년 1,064명, 2020년 1,577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년 새 74%가 증가한 것이다.

특히 올해 서울 시내 전체 초등학생이 2,297명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목동이 포함된 양천구도 2019년엔 초등학생 순유입이 498명이었지만 지난해엔 535명, 올해는 917명으로 늘어났다.

현재 초등학생은 특목고와 자사고가 폐지된 이후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때문에, 학군이 좋은 지역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학생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강남·서초구로의 중학생 순유입은 올해 308명으로, 2019년 171명 대비 80% 증가했다. 양천구도 2019년엔 11명이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올해는 53명이 순유입됐다. 반면, 올해 서울시의 전체 중학생은 638명이 줄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2019년 교육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를 2025년까지 모두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내용의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책 취지와는 달리 강남·서초 등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 쏠림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고교서열화 해소로 평등한 교육 기회가 제공된다기보다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3일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 연구팀이 서울 지역 학부모 등 1천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사고 정책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부모 대다수가 자사고 폐지 정책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의 68.9%가 '자사고 폐지 이후에 강남 등 교육 특구와 다른 지역의 교육 격차가 커진다'라고 답했다.

일부 자사고 학부모들 역시 지금은 자사고 지위를 내려놓도록 압박하고 있지만 내년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또 어떻게 될지 몰라 일단 버텨보자는 입장이다. 학부모들의 이 같은 생각은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에서 기인한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이 무색하게 역대 정부의 교육정책은 대통령 임기 5년마다 춤을 췄다. 평준화 정책을 골자로 한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도 마찬가지다.

국감이 대선과 맞물리면서 언론에서는 정책 진단이 아닌 진흙탕 말싸움으로 번지는 모습이 자주 노출되고 있다. 교육 당국의 대규모 정책들은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정권의 입김에 따라 휘청거리고 있다. 한두번 겪은 일도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들은 그저 ‘원망’과 ‘관망’으로 진로와 꿈, 재능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눈치만 보는 실정이다. 대한민국 교육 현실의 한계에 매번 좌절하기도 지칠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