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인선 서울숭실중학교 사서

학교 도서관에 근무하면서 최근 두 해는 공교육의 상실을 뼈아프게 경험한 시간이었다. 학교 현장에서는 모두 다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므로 학생들의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다정하게 학생들의 눈을 마주치며 이름을 불러줄 수도 없고 이름을 외우려는 노력조차 포기하게 되었다. 한 번은 한 학생의 마스크 밖으로 드러난 얼굴만 보고 전체적인 느낌을 가늠했다가 만 1년 만에 잠깐 마스크 벗은 얼굴을 확인하고는 전혀 다른 이미지에 스스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이제는 어떤 학생이 우리 학교에 입학했다가 언제 졸업했는지조차 모르고 지나가게 되었다. 그만큼 교내에는 얼굴 없는 학생들이 너무 많다.

학교 도서관에서는 각종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이벤트를 진행함으로써 가능한 많은 학생이 도서관을 이용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동종 업계에 근무하는 다른 사서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해가 갈수록 이용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고민을 토로한다. 인구수의 감축으로 전교생 수가 줄어들다 보니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으나 갈수록 종이책을 읽고자 하는 학생들이 감소하는 것도 큰 원인 중의 하나로 꼽는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종이책을 멀리하게 되는 원인은 무엇이 있을까? 단연코 게임 산업의 발전이다. 재미와 승부욕을 자극하는 게임들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코비드-19’ 사태로 우리 학생들은 온라인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온라인으로 공부하고 게임하고 웹툰을 보고 웹 소설을 읽는다. 모든 것이 온라인에서 가능해졌다. 이 때문에 발품을 팔아 굳이 도서관엘 찾아오지 않는다. 온라인 밖의 세상에 대해서 오히려 이질감을 느낄 정도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사람들은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온라인 속 회사에 출근하고 일한다고 한다. 과연 이런 것이 가능할까 싶은데 어김없이 판타지 속 이야기는 우리들의 미래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서글픈지 모른다.

‘코비드–19’로 인해서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가 사그라든 지 오래다. 학년 별 등교 일자가 다르므로 선후배간 만남의 기회도 줄어들어 끈끈한 관계 맺기가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리고 방역 지침에 따라 교실 밖으로 이동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서관을 찾는 학생 수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그나마 도서관을 찾는 학생들도 대부분 판타지 소설에 빠진 학생들이다. 그래도 이들은 아직 종이책을 읽고 있다는 측면에서 나의 기준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다. 종이책과 활자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면 나중에라도 꼭 양서를 읽을 수 있는 기본기를 갖추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코비드-19’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마냥 손을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우리 도서관에서는 온라인을 통한 독서 모임을 정기적으로 갖고 있다. 현장에서 대면으로 만나는 것보다 그 맛이 덜하지만 그래도 같은 주제의 책을 읽고 온라인상에 모여 마스크를 벗고 토론을 함으로써 지식을 쌓고 사고의 깊이를 더해가는 데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공간을 초월함으로써 더 많은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것이 장점이 될 수 있다. 지난해는 1박2일 온라인 독서캠프를 실시했다. 온라인으로 하다 보니 졸업한 선배들의 참여가 더 활발해서 재학생들이 보고 배우는 것이 많은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다. ‘코비드-19’에 대항해 궁여지책으로 만든 온라인 프로그램들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도서관도 환경에 적응해서 변화를 통해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독서의 계절 가을이다.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을 생각하면 시원한 가을바람이 독서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하지만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큰 결단이 필요하다. 온라인 속에서 빠져나와 내 발을 내디뎌 도서관을 찾아가야 한다. 그리고 활자에 친숙해지기 위해 인내심을 가지고 책을 읽어야 한다. 그러한 후에야 책이 선사하는 진정한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