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진 지혜공유학당 꿈터장

2015년 3월, 송도에 인천포스코고를 개교하면서 교목을 금강송으로 선정했다. 학교잡지의 이름도 '천년송'으로 정하고, 해마다 금강송 한마음 마라톤대회를 개최했다. 금강송을 학교 안팎에 심기 위하여 '금강송의 날(금강송 데이)'을 4월 1일로 정하고 울진군으로부터 기증받은 금강송 583그루를 3년 동안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학교 옆 노벨동산과 학교 안에 심었다. 학생들이 심은 금강송에는 자신의 꿈 너머 꿈이 새겨진 명찰을 달았다. 금강송이 대왕송(大王松)처럼 성장할 때 학생들의 꿈 너머 꿈도 성취되기를 기원했다. 학생들이 성인이 되어 모교를 다시 찾으면 금강송은 숲을 이루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학교 금강송 숲에서 학창시절로 추억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아내와 함께 경북 울진에 있는 금강소나무 숲길 4구간을 걸었다. 숲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숲길을 걷던 중에 작은 물웅덩이 앞에 잠시 멈춘 해설사는 우리에게 물웅덩이에서 무엇을 볼 수 있는지 물어왔다. 나의 눈에는 나뭇잎과 빗물이 떨어지면서 튕기는 물 방물만 보일 뿐이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해설사는 하늘과 나무들이 보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다시 물웅덩이를 들여다보니 그제야 하늘과 나무들이 어우러져 새로운 작은 세상을 연출하고 있었다.

우리는 생각하는 딱 그만큼만 볼 수 있다. 내 생각은 보이는 현상에 머물렀기에 빗방울과 떨어진 나뭇잎밖에 보지 못했다. 숲길의 작은 물웅덩이에 높은 하늘과 키 큰 나무들이 반영되어 보인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것이다. '상상력이 지식보다 중요하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7개의 징검다리와 2개의 고개를 넘어 안일왕산(818m) 정상에서 드디어 대왕송을 마주할 수 있었다. 대왕송은 수백 년 동안 태풍과 벼락, 관설해(나뭇가지의 쌓인 눈으로 가지가 받는 피해)를 극복하고 독야청청 백두대간을 호령하고 있었다.

대왕송의 꿈은 백두대간의 다양한 식물들이 서로 배려하고 상생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을 이루어 산양을 비롯한 동물이 살아가는 보금자리를 아낌없이 내주는 것이 아닐까 상상해 보았다.

우리 속담에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라는 말이 있다. 백두대간을 지킨 나무는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심산유곡에서 영겁의 세월 동안 자연재해를 극복한 나무들이었다. 꺾여진 가지들의 상처를 보듬고 우뚝 서 세상을 호령하는 대왕송처럼 자라나는 청소년들도 마음의 상처와 실패를 극복하며 자존감을 높였으면 한다.

대왕송의 신령스러운 기운을 받아 하늘로 솟아오른 금강송은 천 년 동안 큰 재목이 되도록 몸집을 키우고, 죽은 후 천 년 동안은 궁궐과 사찰의 기둥과 대들보로 영생한다. 코로나 19로 심신이 한껏 움츠러들어 살아가고 있을 이 시대의 청소년들에게 어려움을 묵묵히 이겨낸 대왕송의 혼과 기운을 불어넣어 주고 싶다.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대왕송의 꿈과 지혜를 가진 큰 어른을 만나보고 싶다. 네 편 내 편이 아닌 모두가 한편인 세상을 보고 싶다. 대왕송은 편 가르지 않고 모두를 아우르면서 백두대간을 지켜내고 있었다. 나도 닮고 싶다. 배우고 싶다. 대왕송의 꿈과 지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