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등학교 교감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신이 되려는 인간(호모 데우스) 세상에서 “변화만이 유일한 미래의 상수(常數)”라고 말했다. 변화를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세상은 첨단 과학·기술들이 4차 산업혁명이란 명찰을 달고 입학한 초등학교 아이처럼 성장의 속도가 그야말로 눈부시다. 이제 메타버스(Metaverse)라 부르는 ‘현실과 가상의 상호작용’을 이용한 3차원의 디지털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인류를 변화시킬지 상상의 끝을 측량하기 어려울 정도다.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폴더블폰의 개발은 국내와 미국, 심지어 자국산 물품에 대한 애국주의 성향이 강한 중국에서조차 판매 예약이 폭증하면서 초대박을 예상하고 있다. 그 기술의 무한 질주는 과연 어디까지 일까. 과거 애플(Apple)의 그늘에서 초라하던 시절은 어디로 가고 이젠 당당히 초격차의 기술로 세계적인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기적과 같지 않은가. 이처럼 최첨단기술의 변화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하지만 현재 인류는 인간이 변화로 이루어 온 화려한 바벨탑에 잠시 멈춤 내지 주춤하는 시기에 봉착해 있다. 안타깝게도 1년 8개월 전부터 ‘코비드-19’이란 괴물이 인류를 볼모로 잡아 포로생활을 시키고 있다. 그리고 인류가 그것을 어떻게 대처하는지 가만히 응시하고 있다. 인류는 자신들이 쌓아 올린 과학적인 성과로 모든 것을 예측하고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했으나, 이 전염병을 물리치거나 장악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는 마치 기원전 6세기 유대인들이 바빌론 제국의 네부카드네자르 2세에 의해 ‘바빌론 유수(幽囚)’를 당한 것처럼, 현재 인류는 ‘코비드-19’에 의해 21세기판 ‘바빌론 유수’가 연상되고 있다. 유수가 무엇인가? '잡아 가둠', 즉 ‘포로 생활’이 아닌가. 그 당시 왕은 사실상 한지에 유폐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었나? 그것은 자신들은 신의 선택을 받은 선민으로, 절대 망하지 않고, 예루살렘은 신이 거주하는 시온성으로, 세상의 어떤 공격에도 파괴될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라고 착각했던 오만 때문이었다.

이처럼 신으로부터 선택받은 민족일지라도 무사태평했던 그들에게 닥친 결과는 감금과 유폐라는 가혹함이었다. 현대 인류에게도 이는 예외가 아니다. 인간은 약간의 성공을 얻으면 오만해진다. 그러기에 영원히 성공한 사람도 없고 영원히 실패한 사람도 없다. 우주의 섭리가 조화로운 것처럼, 인간의 흥망성쇠 역시 공평하다. 예루살렘은 바빌론 제국에 의해 무너진 것이 아니라, 자멸(自滅)한 것이다. 코비드-19가 가져온 역경은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해 보라는 경고다. 마치 르네상스가 죽어가는 유럽을 살려냈듯이, 지금 인류에게 필요한 것은 이전의 체계를 대체하여 다시 태어나려는 용기와 지혜다.

초고속 변화의 시대에도 지금 우리의 학교 현장은 어떤가? 그곳에선 교육 불평등, 교육 격차, 학력 저하의 기록들을 양산하고 있다. 이것이 코비드-19가 가져온 학교 교육의 실태다. 이를 역전시킬 수 있는 것은 교사들에게 달렸다. 그런데 철밥통인 그들 역시 잔뜩 움츠려 있다. 마치 그간 쌓아 온 시온성을 지키며 현상 유지만 해도 성공인 듯 말이다. 그것은 오직 하나의 현실지향의 목표, 입시교육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은 다양성 추구와 더불어 창의성 개발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멈추거나 기피하지 않고 변화의 파도를 타고 거대한 대양을 건너야 한다. 이젠 ‘위드(with)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교육으로 전환하여 그동안 길고 우울한 채 장맛비와 습기에 찬 마음을 가을날 따스한 햇살에 말리듯 포쇄(曝曬)하려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우리 교육을 더 이상의 수렁에서 건져야 한다. 그래서 공허한 외침일지라도 함성을 질러 본다. 선생님, 당신은 지금 얼마나 변화하려 하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