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 팽배한 공교육에의 불신. 그리고 그에 따른 과도한 사교육 문화, 지역, 출신 학교, 가족 소득에 좌우되는 교육 격차.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입신양명’에 대한 양가적인 정서가 충돌되고 있다.

공부로 성공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공부도 재능이다, 라는 입장과 최근 문해력과 공감능력·문재인식 및 해결 능력이 결여된 학생들의 실상을 마주하면서 기초학력은 여전히 다각도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 교육 수준은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국민에게 교육 기회는 균등하게 주어져야 한다. 공부 외에도 학습자 개개인에 알맞은 적성과 재능을 발견할 수 있게 하는 체험·경험의 기회도 주어져야 한다. 이후 발전과 성장은 개인의 능력에 맞기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리고 개인의 자아실현, 성취가 이뤄지는 모든 장에서는 차별이 없어야 한다. 이는 교육에 한한 문제가 아님을 우리는 아주 가까운 일상과 또 국제 사회에서까지 분명 느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능력중심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도 거둘 수 없다. 개인의 능력 여부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단순한 일례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많은 참가자들을 평가하는 엔터테이너의 수장들의 의견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발은 최근 들어서는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반대의 경우에는 한 참가자의 재능이 특정한 심사자에게만 눈에 띄었을 때, 인맥과 재평가의 여론이 형성되어 특별한 기회를 제공받곤 한다. 이렇듯 사회가 기대하는 ‘능력중심사회’에서도 부조리는 존재할 것이며, 대중을 설득시킬 공정한 평가 기준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최근 교육부가 '차별금지법'에서 명시한 차별금지 항목 중 '학력'을 빼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교육계의 반발에는 우리가 발견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교육부는 “학력은 선천적으로 결정되는 부분이 아니라, 개인의 노력에 따라 성취 정도가 달라져 '합리적 차별 요소'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교육계는 “학력으로 인한 차별과 구분 짓기가 심각한 한국 사회에서 이 같은 관행을 없애는 데 노력해야 할 교육부가 오히려 학벌·학벌주의를 더 공고히 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력·학벌에 따른 차별 행위를 정당화하려 한다는 비판도 있다.

교육부의 제안이 사회 구조적 문제를 간과하고 시험·능력만이 공정하다는, 왜곡된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도 일리는 있다. 법에 명시된 어휘 하나에 담긴 그 의미 역시 사회적 약속 및 설득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정말로 고민해야할 문제의 도달 지점에는 여전히 가닿지 못했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