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당시 소련의 스푸트니크(Sputnik) 1호가 1957년 10월 4일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미국은 과학기술과 교육 부문에서 큰 쇼크를 받았다. 냉전 시대 소련이 거둔 이 승리는 미국으로서는 자존심에 엄청난 손상을 입게 되었다. 미국이 전력 우위에 있다는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소련이 이전부터 흐루쇼프가 주장하던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 현실로 다가올 것이므로 소련이 맘만 먹으면 어디든지 핵무기를 쏘아 올릴 수 있었기에 미국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미국은 전세를 뒤집을 필요가 있었다. 이에 미항공우주국(NASA)을 설립하고 탄도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아파넷(ARPANET)을 개발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오늘날의 인터넷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아울러 우주개발이나 군비 확장과 관련한 과학기술 및 교육 분야에 대한 변화를 모색하게 되어 당시까지 미국의 주류였던 평등주의 교육을 유지하면서 능력주의 교육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교육의 방향은 각국이 유사하다.

능력주의는 사람이 타고난 능력이 각기 다르다고 보고, 교육의 양은 능력에 비례해야 한다는 관점을 견지한다. 그러므로 교육기회는 아무에게나 줄 것이 아니라 엄격한 선발을 통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가장 잘 반영한 것이 능력군(pool of ability)이란 개념이다. 사회마다 일정한 비율의 인재들이 존재하는바, 이들을 발굴하여 알맞은 교육을 시킨 뒤에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능력주의 교육의 핵심이다. 능력군에 관한 연구는 영국에서 시작되었는데, 1958년 더글러스 몰 매킨토시(Douglas Moul Mcintosh)는 연령집단마다 11.1%의 능력군이 있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에 각국은 자국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재를 선발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였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들어와서 과학(1983년) 및 외국어(1984년) 분야의 특성화된 고등학교가 설립되었다. 이러한 유형의 학교가 설립된 배경에는 관련 분야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설립 목적과는 달리 일류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어 세간의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1996년에는 ‘민족정신으로 무장한 세계적 지도자 양성’을 목표로 개교하여 엄격한 선발을 거쳐 신입생을 모집하고 소수정예로 운영하는 민족사관고등학교가 설립되었다. 교육부가 국내 최초이자 대표적인 자율형 사립고인 민족사관고등학교를 2025년부터 일반 고등학교로 전환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표면상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논리지만, 실제적으로는 능력주의 교육에 대한 거부감으로 읽힌다. 이에 대해 민족사관고등학교 측은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폐교를 검토한다는 입장으로, 서로 외나무 다리 위에 서 있는 형국이다.

어릴 적 영재(英才)가 성인이 되어서는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언제까지 평등교육에만 집착할 것인가? 평등교육으로는 영재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상실한다. 전문화된 영재교육 기관의 설립·유지가 요구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신설하지 못할지언정 기존하는 교육기관을 없애려 하니 교육의 미래, 곧 국가의 장래가 우려된다. 닭에게서 부화하고 자란 독수리가 야성(野性)을 잃고 날지 못하는 닭으로 살아가듯, 평등교육이라는 울타리에 갇힌 영재들이 닭으로 살아가는 독수리가 되게 해서는 개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능력주의 교육이념에 의해 설립된 학교들 역시 일류 대학 진학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능력 있는 자가 곧 국가의 미래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

「대한민국헌법」 제31조 제1항에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교육기본법」 제3조 역시 “모든 국민은 …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교육에 있어서 평등은 누구나 ‘똑같이’ 대우하는 것(절대적 평등)이 아니라, 능력에 따라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것(상대적 평등)을 의미한다. 개인이 가진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지원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정의로운 사회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