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사람은 모르는 것이 없으나 눈앞에 닥친 일을 서두르고, 어진 사람은 사랑하지 않는 것이 없으나 친족과 현자(賢者)를 사랑하는 일을 서둘러 먼저 한다. 요(堯)와 순(舜)의 지혜로도 만물을 두루 알지 못한 까닭은 먼저 힘써야 할 것을 급하게 여겼기 때문이고, 요와 순의 어진 마음으로도 모든 사람을 두루 사랑하지 못한 까닭은 친족과 현자를 사랑하는 일을 서둘렀기 때문이다.”

『맹자』 「진심 상」에 나오는 이야기다. 맹자는 지혜로운 사람과 어진 사람이 가장 먼저 서둘러야 할 일을 설명하면서 ‘급선무(急先務)’라는 표현을 썼다. 사전적 의미로는 ‘무엇보다 먼저 서둘러 해야 할 일’이란 뜻이다. 지혜롭고 어진 사람이 모든 것을 알지 못하고 모든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는 까닭은 시급히 먼저 알고, 시급히 먼저 사랑해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아는 것과 사랑해야 할 대상에도 우선순위가 있다는 것이다.

모든 일에는 먼저 해야 할 일과 뒤에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 순서를 바꾸면 일이 꼬이고 결과가 좋지 않게 된다. 씨앗을 뿌려야 할 때 김을 매려 하거나, 김을 매야 할 때 열매를 거두려고 한다면 얻는 것이 없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아무리 급해도 ‘무엇보다도 먼저 서둘러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이다. 봄에 볍씨를 뿌려 놓고 그 싹이 자라기를 기원하다가 자신의 논에 있는 벼가 다른 사람의 벼보다 덜 자란 것을 확인하고 마음이 급한 나머지 볏 순을 당겨 농사를 그르친 춘추전국 시대 송나라의 어리석은 한 농부처럼, 일의 순서,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면 화를 입게 된다는 것은 거창하게 역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일상을 통하여 우리가 익히 경험하는 바이다.

요즘 대학가는 비상이다. 출산율의 저하로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전국적으로 4만 명을 충원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대학가를 슬프게 한다. 과거에는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말이 나오더니, 이제는 벚꽃이 아니라 정원(定員)에만 관심을 두는 대학이 먼저 문을 닫을 판이다. ‘죽는 것은 순서가 없다’라고 하듯, 대학이 문을 닫는 것 역시 순서가 없다. 다만 우리나라와 같은 고질적인 학력사회(學歷社會)에서는 지방대학·전문대학의 장래가 밝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대학 내 또는 대학 간 구조조정을 통하여 입학 정원 감축을 비롯하여 통 크게 대학의 규모를 축소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이미 「고등교육법」의 개정을 통해 전문대학에 마스터대학을 도입·운영함으로써 ‘전문기술석사’과정을 개설한다는 것이다. “해당 분야의 고도 기술을 보유한 고숙련 전문직업인의 공급이 부족한 실정에서 전문대학 졸업생의 입직 비율이 높은 중소기업 등의 전문기술 인재가 부족하다.”라는 것이 ‘전문기술석사’ 과정을 설치하는 주된 이유라고 한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지난 4월 15일 교육부는 마이스터대학 시범 운영 사업에 참여할 4개 전문대학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관계자들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전문기술석사’가 일반대학에서 취득하는 석사학위와 차이가 있을지 의문이다. 전문대학에 심화과정을 개설할 당시 전문대학 관계자들은 학사학위 과정을 설치한다는 희망에 부풀었으나,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폐지되는 경우가 많았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심화과정이 개설되었다는 이유로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전문’이란 말을 빼고 ‘○○대학교’로 명칭 변경 함으로써 수험생들에게 혼선을 준 것도 사실이다. 지금도 노동자의 과잉교육으로 인한 학력과 일의 불일치로 학력인플레이션(educational inflation)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문제를 하나 더 쌓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산업계의 기술발전 속도에 미치지 못하는 전문대학의 직업기술교육 수준을 고려할 때 사회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전문기술석사’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내실화 계획을 먼저 수립하여 착실히 실행해 옮기는 것이 ‘급선무’라 할 것이다. 출산율의 저하로 대학이 몸살을 앓는 상황에서 ‘눈썹에 불이 붙었는데’ 발등만 쳐다볼 것인가? 인연도, 사랑도, 인생의 성공도 다 때가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