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세원고등학교 교감

우리 역사상 거상(巨商)으로 유명한 임상옥은 “상도(商道)는 장사로 이윤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진정한 친구를 만드는 방법은 먼저 진정한 친구가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진정한 제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진정한 스승이 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결국 상인이나 친구나 교육자나 모두 그 행위에는 사람을 남기는 것이 근본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교사라면 ‘청출어람(靑出於藍)’, ‘후생가외(後生可畏)’의 구호만큼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뭉클한 감응과 성찰로 다가온다. 이는 뛰어난 제자, 두려워할 만한 후학을 기르는 것이 교직의 숭고한 의미이자 존재적 삶이기 때문이다.

다음의 일화를 보자. 멕시코의 어느 고등학교의 이야기다. 어느 날 성공한 졸업생이 학교를 방문했다. 어떻게 왔느냐는 질문에 학창 시절에 자신을 가르쳤던 선생님을 뵈러 왔다고 했다. 그리고 잠시 뒤에 그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은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이렇게 대답했다. “학창 시절에 선생님에게 받은 소중하고 은혜로운 가르침을 평생 잊지 않고 있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어서 선생님이 "내 과목 중에서 무엇이 그렇게 좋았지?"라고 묻자, “글쎄요.....” 하더니 이런 말을 했다. “복도를 지나고 있는 저를 부른 뒤에 선생님께서 무릎을 꿇고 풀린 제 신발 끈을 대신 묶어 주셨습니다. 이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아 저 또한 그렇게 살려고 지금껏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얼마나 뜻밖인가? 이는 교사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화이다. 평소에 학생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없었다면 어떻게 이런 감동을 유발하여 한 사람의 인성과 행동조차 변화를 이끌어 이런 제자를 남길 수 있을까, 오늘을 사는 교사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요즘 교육을 말하면서 ‘학생은 많으나 진정한 제자는 없고, 교사는 많으나 진정한 스승은 없다’고 한다. 이는 분명 대한민국의 불행이자 우리 교육의 비극이다. 솔직히 우리 교육을 그렇게 싸잡아 비난하기에는 자존심이 무너지는 말이다. 묵묵히 사도를 실천하는 교사와 생사를 가르는 시간을 투자하며 배움에 열중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충분한 항변이 가능할 것이다. ‘아니다, 그것은 패배주의에 입각한 판단이요, 교사와 학생에 대한 지나친 모욕’이라고 말이다. 이 땅에 진정한 교육을 실행하는 스승이 없을 리 없고 모든 학생이 학문을 싫어하고 배움에 열정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곳곳에는 교육을 혁신하려는 강한 의지와 철학으로 교육자적 사명과 사도를 걷는 교사들이 있다. ‘행복나눔학교’, ‘행복배움학교’, ‘마을결합 혁신학교’, ‘교과 특성화 중점학교’ ‘○○교육 혁신학교’ 등등 그곳에 말이다. 여기엔 행복한 배움이 일고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시민을 길러내고자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한 명의 낙오자 없이 교육하여 기르고자 하는 학교와 교사들의 고뇌에 찬 교육활동이 존재한다. 이들이 이 시대 우리 교육의 숨은 보석이자 사도를 실천하는 증거자들이다.

교사는 무엇보다도 진정한 학문의 발전을 위해서, 국가를 짊어질 미래 세대를 위해서, 자신보다 더 나은 제자를 길러내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교육은 국가를 세우고(敎育立國)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한 위대한 과업이기 때문이다. 빛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변화하는 우리 사회에 과거의 지식을 전달하는 것으로 안주하는 교육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국가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자신보다 더 나은 후배나 제자를 길러내지 못하면 교육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두려워할 만한, 자신보다 더 뛰어난 제자를 육성하는 것은 단순히 선행이 아니라 반드시 실천해야 할 교사의 의무다. 교사는 사도를 통해 그런 제자를 남기는 스승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