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념에서 ‘홍익인간’을 삭제하고 ‘민주시민’을 넣는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비난이 거세지자 지난 4월 22일 철회 의사를 밝혔다.

3월 24일 민 의원은 이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여당 의원 11명과 함께 발의했다.

민 의원은 개정안 제안 이유서에서 "현행법 제2조에서는 교육이념으로 홍익인간(弘益人間)을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표현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 교육지표로 작용하기 어렵고, 1949년 제정된 교육법의 교육이념이 70년간 변화된 사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라는 교육기본법의 교육이념 규정 내용을 ‘모든 시민으로 하여금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는 민주시민으로서 사회통합 및 민주국가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으로 개정하자고 주장했다.

이러한 개정안 발의 이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를 중심으로 교육계에선 강한 반발이 일어났다. 교총은 "교육기본법은 교육가치와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지난 73년간 우리 교육을 관통하고 있는 핵심 가치"라며, "일부 국회의원들의 법률 개정 차원이 아닌 '국가 대표성을 지난 논의 기구'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지적했다.

이후 민 의원 포함 12명의 발의자 가운데 교육상임위 소속 의원은 1명밖에 없었다는 것과 이러한 개정 발의안 내용에 대해 교육부는 물론 국회 교육위 소속 여당의원과도 공식 협의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한편, 지난 4월 27일 교육기본법에 명시된 '홍익인간 이념'을 삭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연구가 정부 예산으로 진행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논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미 학교 현장에서 민주시민교육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기본법을 바꿔 논란을 만드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

연속된 이러한 논란에 교육계에서는 교육과정 개편에 맞춰 이런 법안을 발의한 게 아닌가 하는 우려 섞인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20일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추진 계획’을 발표하며 인공지능(AI)‧디지털 소양과 함께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교육이념은 공론의 자리 없이 몇몇 국회의원이 문구를 고쳐서 삭제되어야 하는 용어가 되어서는 안된다. 더욱이 교육과정 개편 과정에서 민주시민교육 관련 논란이 커질 것에 대비해 법에 명시하려는 일종의 ‘발 빼기’ 태도는 지양해야한다. 또한 최근 심화된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침탈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교육이념의 근간이 되어왔던 철학과 정신을 지우는 것은 되려 우리 스스로를 부정하는 태도는 아닌지 생각해 봐야한다.

앞으로 교육계에서는 있는 것을 지우고 새로운 것을 추가하는 방향이 아닌, 있는 것을 어떤 방식으로 지키고 또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