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국내 학교에서 성적 양극화가 심각해지고 있다. ‘중위권 실종’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지난 20일 서울시교육청 산하 서울정책연구소는 ‘코로나19 전후, 중학교 학교성취 등급 분포를 통해 살펴본 학교 내 학력격차 실태 분석’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관심군 학생이 2019년 2학년에서 지난해 3학년으로 진급할 때 학력 격차가 비교군 학생이 2019년 중3으로 진급할 때보다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2018~2020년 중2들의 성적 분포 외에도 코로나19 이전 중2였던 학생들이 코로나19 이후 중3이 돼서 성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분석했다. 그 결과 중위권에 있던 학생들이 1년 만에 양극으로 갈라진 현상이 관찰됐다.

양극화가 가장 심해진 과목은 수학으로, 중2 때 중위권에 존재했던 43.59%의 학생들이 코로나19 이후 중3이 돼서는 14.91%포인트나 감소했다. 국어와 영어의 중위권 분포도 각각 1년 만에 12.95%포인트, 8.84%포인트 줄었다.

우선, 코로나19 이전(2018~2019년)에 중2 학생들 국어·수학·영어 상위권(A등급) 비율은 각각 5.59%포인트, 3.56%포인트, 3.63%포인트씩 늘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2019~2020년)엔 A등급 비율은 3.75%포인트, 8.86%포인트, 6.88%포인트 늘었다. 상위권은 계속 증가 추세를 보였던 것.

그러나 하위권인 E등급 비율은 양상이 달랐다. 코로나19 이전 E등급 비율은 과목에 따라 2.06~3.85%포인트 감소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에 이 비율이 0.54~3.39%포인트 증가했다. “원격 수업으로 중위권 아이들이 제대로 된 수업을 받지 못하면서 하위권으로 추락했고, 가정에서 돌봄을 잘 받는 중상위권 학생들은 사교육 등으로 보충하면서 격차가 벌어졌다”는 해석이다.

연구원은 “통상 평년에는 중2가 중3이 되면서 중위권이 줄고 상위권으로 이동한다”며 “그러나 지난해에는 중위권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고 상위권 뿐 아니라 하위권으로도 다수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일선 교사들은 “중위권이 줄어들면 학교 수업 난이도를 어디에 맞춰 해야 할지가 애매해지고 결국 어느 누구도 수업 내용에 만족하지 못해 공교육의 질 논란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원격 수업은 성적 상·하위권 학력 격차도 더욱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가 상위권 학생들에겐 거의 영향이 없었지만, 반대로 중하위권 학생들에게는 타격을 줬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가 지난해 1학기 시험만 분석 대상으로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1년간 학력 양극화, 학력 저하 현상은 더 심각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원격수업 속에서의 교사와 학생간 새로운 유대감 형성 방법이 자체적으로 고민되어야 할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