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정보 과학기술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혁신적이다. 과거의 화려한 로마 문명처럼 가히 “모든 길은 인터넷으로 통한다”라고 할 정도다. 과거엔 물리적으로 구축된 기록보관소(Archive)에서 며칠간 꼼꼼하게 찾아야 가능했던 연구 자료를 지금은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 찾을 수 있다. 게다가 무수하게 많은 중요한 지식들을 세계 어디서나 운송비 부담 없이, 그리고 시간을 내기 위해 장소를 벗어날 필요도 없이 온라인으로 얻을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 부응하듯 일부 교육학자들은 과학기술이 기억을 대신해 주기 때문에 사실적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이는 과거 교사가 가르친 사실적 지식을 이제 학생들은 새로운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스스로 찾아 배울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아가 그들은 인터넷이 구세주인양 ‘인터넷에서 모든 것을 찾을 수 있다’는 교육적 맹신(盲信) 내지 미신(myth)을 널리 보급시키고 있다.

하지만 현대 과학기술에게 인간을 대신하여 기억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인터넷에서 찾아보는 것에 완전히 의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억을 구글이나 네이버에 위탁할 수도 없다. 왜냐면 두뇌의 장기기억 속에 중요한 사실적 지식을 저장해 둠으로써 작업기억(단기기억)을 위한 공간을 확보해 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을 이용하여 무언가를 찾으려고 할 때 우리는 뇌 속에 새로운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나 그 새로운 정보를 다른 정보와 결합하는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이유로 어린 학생들은 구구단이나 각종 공식을 암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같은 이유로 사전이나 인터넷을 찾더라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중요한 원인은 찾아본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사실 상당한 수준의 지식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전에서 모르는 단어를 찾을 때 사전 자체도 어려운 단어와 지식으로 가득 차 있다. 따라서 장기기억에 많은 사실을 배경지식(스키마 schema)으로 소유하지 못한 사람은 설명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 왜냐면 배경지식이 새로운 지식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선험지식이기 때문이다.

간단한 사례를 들어보자. 초등 영어 수준에서 ‘나는 야구에 소질(재능)이 있다’를 학생들에게 작문하도록 시킨다면 ‘I am congenial at baseball’이라 쓰는 학생이 있다. 이는 적절한 단어인 ‘good’ 대신에 ‘congenial(선천적인)’이란 단어를 쓰는 까닭이다. 또한 ‘우리 가족은 많이 먹는다’는 문장에서는 의미를 오용하여 ‘Our family erodes a lot’이라는 문장을 만든다. 여기엔 ‘침식하다’는 erode를 ‘많이 먹는다’는 eat out를 대신해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성인 학습자가 보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용어의 사용이 선험지식 없이 나타난 결과다.

이것이 어린 학생들이 인터넷 검색에서 흔히 겪는 사례다. 맥락이나 주제와 관련된 기본지식을 사전에 확보하지 못한다면 조회를 통해 얻은 참고자료의 가치는 이처럼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를 교육학자 허시(Eric D. Hirsch)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지식을 습득하고 지식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식 창고를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인지과학 연구를 통해 밝혀진 역설이다.”

인터넷 시대, 교사의 지도를 떠나 무조건 학생들에게 스스로 발견하거나 탐구하도록 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방법이자 비효과적인 전략이다. 의미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부적절하고 때로는 틀린 정보를 복사하거나 짜깁기하여 보고서를 만든 후 대단한 연구를 한 것으로 착각하는 학생이 많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에게 창의력, 분석력, 문제 해결력, 문해력 등 역량을 배양시키기 위해서는 완전 인터넷에의 의존 교육은 경계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