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머리(포니테일)는 목선이 드러나 야해서 안 된다", "치마가 조금이라도 짧아 보이면 계단 위쪽으로 올려보내 무릎 밑인지 확인해야 한다", "자연곱슬·자연갈색인 경우엔 생활지도부에서 자연갈색·자연곱슬 증명서를 발급 받아 들고 다녀야 한다"

청소년 인권 증진을 위해 청소년들이 중심이 돼 활동하는 단체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가 지난 3월 16일부터 학생들로부터 제보를 받은 '우리 학교에 아직도 이런 복장 규제가 있어요' 사례 중 일부다.

아수나로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시 관내 여자 중·고교 학생생활규정을 조사한 결과, 중학교 44개교 중 9개교(20.5%), 고등학교 85개교 중 22개교(25.9%)에서 아직도 속옷 착용 여부와 색상·무늬·비침 정도를 규장하고 있었다"며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진지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학교 규정들은 학생 인권에 대한 원칙 없이, 후퇴한 복장 규정들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고 사례 접수를 받았다.

아수나로는 당초 서울시에 한정해 제보를 받았으나 지난달 27일부터 전국으로 제보 대상을 확장하기로 결정했다.

아수나로에 들어온 제보에 따르면, 서울의 한 여고에선 경량조끼와 패딩 착용 금지와 양말 길이에 대한 규제까지 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양말의 길이가 복숭아뼈 위까지 덮거나 복숭아뼈 아래까지만 오는 것을 금지하는 식이다. 또 다른 여고에서는 자연 곱슬, 자연 갈색일 시 학년 초에 생활지도부에서 자연갈색증 자연곱슬증 등 종이를 받아서 들고 다니다 생활지도부 학생들에게 지적을 받으면 제시해야 하고, 치마는 무조건 무릎 밑을 유지하며 조금이라도 짧아 보이면 계단 위로 올려보내 무릎 밑인지 확인한다.

또 다른 사례로는 울산의 한 여중에서는 목선이 드러나서 야하다는 이유로 '똥머리'(포니테일)을 금지했다. 서울의 한 여중 역시 머리를 묶을 수 있으면 묶어야 하지만, 포니테일은 목선이 보이니 금지하는 규정이 있었다.

서울의 한 여고를 다니는 학생은 아수나로를 통해 "정말 21세기에 살고 있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교칙과 규정들이 많다"며 "서로가 서로의 치마를 단속하며 검사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학생들에게 잘못된 여성상을 심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루 빨리 이런 교칙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시대착오적인 규제 사항도 지적을 받고 있지만, 규제 이유와 그 본질에 대해서도 정당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학교와 교사의 주관적이고 차별적인 견해가 교칙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는 실정이며, 학생들은 이에 반발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인권 교육은 단순히 교과 내용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학생들이 매일 같이 경험하는 학교 생활 가운데 인권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학교 현장에서 본질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보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5일 학생들의 두발과 복장을 규제하는 학칙을 삭제하도록 하는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