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지인의 결혼식에 방문했다가 진로 코칭 지도사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한 전문가를 만났다. 카투사 출신인 그는 군대에서 알게 된 청년들이 자신의 특성에 대한 이해나 미래 설계 없이 대기업 입사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을 보면서 진로 코칭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대학교도 그러한데 중고교라고 다를까? 실제 내가 가르친 학생들에게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지원할 때 자기소개서를 쓰는 과정에서 ‘왜 이 학교에 지원하는지’ ‘이 전공에 왜 관심 있는지’ 물어보면, “잘 모르겠어요”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이상을 대답하지 못한다. 이렇게 된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특히 체계적인 진로 교육의 부재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학교별로 진로 전담교사가 있지만 모든 학생을 살펴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1000여 명이 다니는 학교에서도 진로 전담교사가 한 명이기 때문에 개별 상담은커녕 전 학년 수업에 들어가기도 어렵다. 진로 전담이 아닌 교과 교사에 의해 진행되는 수업은 진로 교육 효과가 복불복이다. 학교에서 교사들이 협력하여 진로 교재를 만들어 보급하고 함께 사용하는 곳도 있지만, 교사 개인이 알아서 준비해야 하는 경우도 태반이다.

예비 교사들은 교직 이수나 사범대 같은 교원 양성기관을 통해 교과 전문성은 많이 키우지만, 상담이나 진로 교육에 대해선 거의 배우지 않는다. 상담은 한두 과목 정도만 배우고, 진로 교육은 과목조차 없다. 학교 현장에 대해 배우는 ‘교직실무’라는 2학점짜리 강의가 있지만, 이것으로는 진로 교육을 배운다고 말할 수 없다. 교생실습도 한 달여 기간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임용에 합격하면 직후 이어지는 3~5일간의 신규 교사 연수는 대부분 담임교사를 해야 하는 이들에게 벼락치기도 되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벼락치기가 불가능하다. 정작 학교에 발령을 받으면 담임교사의 경우 수업이 절반이고, 대부분이 담임 업무다. 사실 담임 업무 중 절반 이상이 진로 상담인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대체 이에 대해서는 누가 교육해야 하는가? 교원 양성기관에서 진로 교육을 충분히 경험하고 교사가 되게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초임 교사들은 경험이 부족해서 맨땅에 헤딩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즉, 학교에서 진로 교육은 하향평준화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불필요하게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 문제

결국 피해를 보는 쪽은 학생들이다. 몇몇 기관에서 진행하는 진로 프로그램에 개별적으로 신청하지 않는 한, 학생들은 체계적인 진로 교육을 받기 어렵다. 많은 학부모가 진로 교육에서 신규 교사나 저경력 교사를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는 교사가 ‘잘 몰라서’ 상대적으로 아이가 피해를 볼 것이라는 불신 때문이다. 현재의 사범대학 교육과정을 보면, 이런 학부모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다.

왜 중고등학생 때 돈을 내고 컨설팅받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돈 내고 코칭을 받아야 할까. 애초 학교에서 체계적인 진로 교육이 이루어져 기본적인 자기 이해와 진로 설계 능력을 어느 정도 갖추게 된다면, 이러한 내용을 배우기 위해 사적인 코칭이나 컨설팅에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것만으로도 불필요하게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약 10년 전부터 학교에 진로 전담교사가 배치되기 시작한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결국 일선에서 학생들과 진로 상담을 하는 이는 담임교사이기 때문에 예비 교사 때부터 진로 교육을 위한 역량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물론 행정적으로 여전히 학급당 학생 수, 과도한 업무 부담을 줄여야 하며, 학교에서는 부담임 교사에게 확실한 역할을 맡겨 담임교사가 진로 상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