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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건네는 첫 마디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공부 열심히 했어?”, “친구들하고 잘 지냈어?”, “배고프지 않니?” 혹시 이렇게 묻는 이는 없을까? “오늘 학교에서 어떻게 살았어?”

잠깐 짚어 보면, 중학생들은 하루 일곱 시간 안팎을 학교에서 보낸다. 보내는 게 아니라 산다.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하고, 쉬는 시간에는 장난치고 얘기를 나누고, 점심을 먹고 나면 도서관에 들르거나 Wee클래스에 가거나 뛰어다니며 놀다가, 오후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간다. 이렇게 아이들은 학교에서 산다. ‘산다’에 초점을 맞추면 학교라는 공간의 의미가 새로워진다.

아이들에게 학교 자랑을 하게 했더니, 그들이 학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드러났다. 다음 세 가지 얘기가 가장 많이 나왔다. 하나는 함께 생활하는 친구와 형들이다. “친구들이 좋아서 학교 오는 게 기대되고 재미있어요.”, “이렇게 말만 하는 게 아니고 정말로 친구들과 즐겁고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형들이 모두 하나같이 착하다. 입학 날에도 웃으며 반겨 주었다.”

선생님 자랑도 빠지지 않는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즐겁게 공부를 하고 재미있는 게임도 하고 정말 좋아요.”, “선생님들이 굉장히 친근하셔서 즐겁게 수업하는 게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망설임 없이 말하는 걸 보면서, 그동안 고생한 선생님들은 속으로 뿌듯해진다. “학생들 의견을 반영하여 결정하는 것과 소수 의견도 존중해 준다는 것”을 자랑할 때, 정말 우리가 학생들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나 돌아보게도 된다.

아이들에게 빠뜨릴 수 없는 자랑거리는 급식이다. “급식이 맛있다”는 표현을 이구동성으로 한다. 맞다. 학교에서 하루를 보내는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점심이다. 급식소로 달려가는 점심시간이 기다려지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아이들에게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다.

아이들은 하루에 일곱 시간을 학교에서 ‘산다’. 그러니 지금의 학교 공간은 바뀌어야 한다. 지금의 학교 공간은 ‘교실 수업’ 중심의 용도에 맞추어져 있다. 서른 명 안팎 아이들이 한 교실에서 있는 한, 쉬는 시간은 있지만 쉴 수 있는 공간은 없다. 계단참이나 복도 끝 여유 공간에다 쉼터도 마련하고 간단한 놀이기구도 배치하지만, 이렇게 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점심을 먹고 나면 아이들은 운동장, 농구장, 족구장, 도서관, Wee클래스, 다목적실 등으로 찾아가지만, 더욱 다양한 동아리실과 공간이 필요하다. 운동장 중심의 실외공간에는 더 넓은 놀이터와 텃밭, 숲과 산책로가 있어야 한다. 아이들은 다양하지만 학교 공간은 좁고 단순하다. 선생님들은 다양하지만 교무실은 좁고 단순하다.

지난해 1학년 학생들과 계단 공간을 재구조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학교공간혁신 교직원 연구회를 만들었다. 학교 공간을 새롭게 바꾼다는 건 몇 사람의 아이디어만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학교가 학생, 교직원들의 삶이 펼쳐지는 공간이란 인식이 바탕이 되고, 그 공간을 이용하는 구성원들 의견과 지혜가 모아질 때, 쓸모 있는 공간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제 학교의 학생 수를 결정하는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 수업을 할 수 있는 교실이 몇 개 있는가가 아닌, 몇 명이 살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인가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학교는 아이들이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