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이들이 공통으로 내포하는 핵심어(key word)는 무엇일까? 그렇다. 협력(協力) 또는 공생(共生)이다.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ce)는 20만 년 전 부터 지구 대륙 곳곳으로 이동하면서 생존하기 위해 공생과 협력의 DNA를 나누었다. 그래서 지구상의 유일한 인류로 살아남아 ‘현명한 인간’이란 학명(學名)으로 불리는 것이 아닌가.

이런 인류가 장구한 역사에서 천년 제국 로마를 탄생시켰다. 기원전 510년에 도시국가로 시작한 로마는 오랜 시간 찬란한 문화를 빛내며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등의 격언을 낳는 역사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러한 역사의 배경엔 침략으로 영토를 넓히더라도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여 껴안고 또 각 나라의 문화를 이어줌으로써 여러 문화가 소통되고 교류되도록 하여 새로운 문화를 창출한 데 있다. 이런 수용과 관용의 정신은 결국 천 년 제국의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현재 지구촌을 보자. 미·중 무역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엔 자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따른 민족주의 정책과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정책으로 전 세계에 영향력을 확대해 대륙 굴기를 실현하려는 중국몽이 있다. 모두가 세계 패권 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또 대한민국과 일본은 어떤가? 식민지배의 역사 청산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사사건건 충돌함으로써 경제나 외교 등 모든 영역에서 상생이 사라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양국 간에는 이동이 거의 봉쇄(shut down)되어 국가 간의 협력 ‘상생 사다리’가 사라졌다. 그러니 현재의 팬데믹(Pandemic)의 극복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교육정책은 어떤가?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말은 옛말이 되었다. ‘교육 사다리’가 붕괴되고 빈부 격차에 따른 교육의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원격교육이 실시됨에 따라 교육 격차 또한 커지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에 교육 당국은 교육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겠다는 정책을 펼치나 공정과 정의가 사라지면서 제반 교육정책은 진보적 진화와는 요원한 상태이다.

그러나 역경과 시련 속에서도 희망은 존재한다. 현재 모 TV에서 인기리에 방송 중인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그 해법을 제시한다. 이 프로그램은 장사가 안 되어 문을 닫기 직전인 외진 골목의 영세한 식당들의 문제점을 진단한 후 장사에 대한 노하우 교육과 조리법 개발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상권이 일어서도록 돕고 있다. 여기에는 분명히 “성공하는 가게는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게는 이유가 제각각이다”는 ‘안나 카레니나’ 법칙이 적용된다. 가게의 수많은 문제점을 분석한 후 현실에 맞는 구체적인 조언을 함으로써 다시금 일어서게 하는 이 프로그램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바로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고 음식에 진정성이 있어 혼이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외딴곳이라도 주인의 정성과 맛, 특별함이 있어 사람들은 그 가치를 알아보고 기꺼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소통과 협력에 의한 상생은 바로 공유경제와도 맥을 같이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 교육에 강력히 시사하는 점이다.

이제 상생의 사다리가 사라진 우리 사회에서 위기에 빠진 자영업자나 학생을 돕는 것을 생색내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그들이 끊어진 사다리를 다시 세우고 오를 수 있도록 시스템과 구조를 바꾸어 스스로 서(立)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사람 사는 세상’, ‘사람이 우선’인 사회의 출발이며 함께 성장하는 힘이고 기회다. 우리 모두가 사는 길은 바로 내가 서고자 하면 남도 세워주는 기욕입이입인(己欲立而立人) 교육임을 고전(논어 ‘옹야편’)의 지혜에서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