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전화 업무로 밤낮 없었던 교권 침해 해소도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온라인 비대면 수업이 시작되며 온·오프라인 경계 없는 교권 침해로 현장의 교사들의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다.

작년, 시간을 가리지 않고 걸려오는 업무용 전화에 시달리는 교사들의 개인정보 보호 요구와 그에 따른 각 시도교육청의 대응이 줄을 이으며 갈등이 해소되는 듯 했지만, 실질적 효과가 없어 밤낮은 물론 휴일을 가리지 않고 걸려오는 업무용 전화에 교사들은 지칠대로 지쳐있다.

이에 지난해 12월 휴대전화를 통한 교사 사생활 침해 문제가 대두되면서 교육당국이 교원의 휴대전화로 인한 개인정보 및 사생활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했으며, 지방교육청에서는 투 넘버 서비스, ‘업무용 휴대폰’ 등을 지원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이러한 대응책은 임시처방에 불과하며 ‘교사 존중 문화’ 개선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처사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고, 대다수 현장의 교사들의 반응대로 문제는 여전했다.

한편 지난 20일 서울교사노동조합은 서울시교육청 측에 발신자 표시와 녹음이 가능한 전화기를 학교 내 설치해달라고 촉구했다.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는 차치하고, 전화를 통한 피해를 입증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책이라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서울교사노조가 최근 533개교 대상으로 발신자 표시·녹음 가능 전화기 설치 여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0%에 달하는 374개교가 미설치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무실에만 설치된 학교가 102개교(19%), 모든 교실에 설치된 학교는 57개교(11%)에 불과했다.

이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발신자 표시가 안 되는 시대에 뒤쳐진 학교 전화기로 인해 교사들이 민원인 신원을 알 수 없어 욕설 등 폭언에 시달리고 있다”며 “민원인과의 통화내역이 녹음되지 않아 피해 입증 실패 등 두려움으로 민원인과의 상담이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당국은 ‘그린 스마트 스쿨’, ‘미래교육’ 등을 운운하며 비대면 체험활동, 예·체능 교육, ‘과학수학 실습수업’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알맞은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논의·준비하고 있다면서 정작 교사들을 위한 학교 환경 조성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불편 없는 온라인 수업을 위해 학교에 Wi-Fi 설치, 태양광 발전시설 구축, 교육용 태블릿PC 24만대 지원한다는 정책만 주목을 받고 있는 현실에 오히려 불편함이 드는 것은 왜 일까?

꾸준히 제기 되어 온 영상 수업으로 인한 교사 인권 침해, 과도한 전화 업무 등은 큰 사건이 터질 때만 잠시 공론화되고, ‘스마트’한 정책이 등장할 때마다 뒤로 밀려 나고 있다. ‘미래교육’을 철저하게 준비한다는 교육당국이 교사를 ‘미래교육’에서 밀어내고 있는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