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자사고 폐지'는 문재인 정부가 학교 서열화와 학력에 따른 차별 철폐를 주요 정책목표로 내세운 가운데 이를 위한 실천과제로 제시한 공약이다. 공약 발표부터 현재까지 찬반 여론이 대립되고 의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일 서울시교육청도 관내 국제중학교 대원·영훈국제중이 일반중학교로 전환되었다. 포스코가 설립한 포스코교육재단이 산하 전남 유일 자사고 광양제철고 역시 일반고 전환을 추진 중인 가운데 몸살을 앓고 있다.

연간 500만∼1천만원에 달하는 학비 등으로 '귀족 학교'로 불리는 자사고와 국제중의 일반 중·고교 전환이 추진되면서 찬반 논란이 재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광양제철고의 경우 일반고 전환을 둘러싸고 광양시와 지역 시민단체들은 교육의 공공성 강화라는 정부 정책 방향에 동의하면서도 자사고 지위를 2025년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9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가 2025년 3월 자사고와 외국어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서열화와 사교육을 부추기는 학교로 지목된 자사고와 국제중의 일반 중·고교 추진이 잇달아 진행되었다.

이에 포스코교육재단은 이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1995년 출연 약속 때와 비교해 교육의 공공성이 강화돼 공사립 격차가 사라지고 초·중 의무교육을 넘어 고교까지 무상교육을 추진하는 시대"라면서 "교육은 이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 국가가 책임지는 시대로 바뀌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선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의 명확한 기준부터 알아야 한다. 특목고는 고교 평준화의 실패를 통해 탄생되었다. 폐지와 유지를 논하기 전에 특목고 폐지 및 유지에 관한 보다 뚜렷한 의견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뿐만아니라 그 결과에 따른 부작용과 대안 역시 우선적으로 제시되어야하는데, 정부는 균등한 교육 기회만을 앞세워 마치 모든 잘못은 특목고에 있다는 듯이 정리를 단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교육 과열, 예체능 실기교육 부족 등은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그 심각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기도 했지만, 이미 한국 교육의 고질적인 문제이며, 창의성과 예술성에 집중하려는 교과과정의 반복적인 개선에도 불구하고 대입·수능 제도에 알맞지 않아 실효성에도 의문이다. 찬반의 목소리는 당장의 특목고 폐지를 두고서만 논란을 키우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정부는 고질적인 문제들은 뒤로하고 일단 저지르고 보는 식으로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그러다가 불과 몇 년 뒤에 다시 번복 된다 해도 낯설지 않은 교육부의 모습이다.

일반고에서는 모든 학생에게 적합한 교육이 필요하고, 외고에서는 외국어 전문가, 국제고에서는 국제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특목고가 입시위주의 교육을 해서 문제라면, 설립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보완·개선책을 만들어야 한다.

정권에 따라 자의적으로 폐지하고 유지하는 것이 반복되는 것은 아이들 교육에 결코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