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중고등학교에는 학생위기상담 종합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Wee센터가 있다. 여기에는 전문상담사가 배치되어 학생들이 자천타천으로 수시로 방문을 한다. 그런데 찾아올 때의 어두운 얼굴이 밝아져 나가기도 하고 아리송하지만 일단 한숨을 거두고 나가는 학생도 있다. 상담은 학생에 따라 맞춤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상담이 진행되는 기간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실제로 학생의 학업중단 예방을 위한 학업숙려제, 특이한 정서감응(예컨대, 자살증후군)에 따른 위기관리, 학교생활의 부적응으로 인한 정서 순화, 기타 다양한 문제를 위한 전문적 상담이 장단기로 진행된다. 이때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학생의 문제는 학생 스스로 내면에서 답을 찾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원리다.

예를 들어 보자. 히틀러는 유년 시절에 아버지로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렸다. 그는 성장하여 결국 600만 명에 달하는 유대인을 학살했다. 인간성을 말살하는 이런 범죄는 어린 시절의 가정폭력과 학대, 해결되지 않는 슬픔과 분노의 결과였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히틀러처럼 어린 시절의 이런 경험이 성인이 된 후에도 마음속에 어린아이 같은 감정, 태도, 행동 등을 그대로 보이는 ‘내면 아이(inner child)’가 자리를 잡는다고 한다. 이는 유년 시절 성장 과정에서 받은 상처가 적절한 시기에 해소되지 않으면 성장을 멈추고 그 상태 그대로 고착된 결과라고 분석된다.

상담치료 전문가이자 <가족>의 저자인 존 브래드쇼는 “과거 상처받은 내면 아이가 바로 사람들이 겪는 모든 불행의 가장 큰 원인이다”라고 말한다. 일상에서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여러 가지 마음의 상처가 억압된 감정으로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많은 미해결 과제들이 잠재되어 있다가 기회만 되면 의식 속으로 스멀스멀 올라와 스스로를 ‘고문 게임’에 빠져들게 한다고 부연한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한 마디로 자기 내면과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서만 치유할 수 있다. 내면의 대화는 자신의 잠재의식과 소통을 통해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스스로에게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지?”, “왜 그런 말을 했지?”와 같은 질문을 해서 내면에서 올라오는 마음의 메시지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꼭 타인의 도움이나 전문가의 도움이 아닌 스스로 문제의 답을 찾게 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는 어느 정도의 인내심이 필수적이다. 왜냐면 답을 바로 얻기도 하지만 꿈이나 영감으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이때는 은유와 상징의 이미지를 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무의식적 동기와 핵심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다. 간단한 사례를 제시해 본다. 교사와의 갈등으로 고민을 하는 학생이 있다. 즉시 내면의 대화를 유도했다. 어느 순간 학생에게 야구공이 떠올랐다. 그럼 야구공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때 ‘나는 공이고 교사는 글러브다’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누군가 공을 던지면 이를 받는 글러브가 있어야 한다. 공을 세게 또는 약하게 던지느냐에 따라 글러브가 그 공을 받을 수도 못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공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자세는 필요하다. 이처럼 조금은 성숙한 행동을 돌아보게 하는 내면의 대화를 학생 스스로 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학생은 생각보다 단순한 면이 강하다. 만약 그들이 무언가에 괴로워한다면 그동안 참고 견뎌냈을 사실에 대해 교사는 먼저 위로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 학생이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했다면 내면의 상처가 공감 받고 위로받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치유될 수 있다. 왜냐면 마음은 자기 문제의 해결사이자 스스로를 치유하는 의사이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문제는 마음 안에서 스스로 답을 찾도록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