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교감

우리의 교육열은 세상이 다 인정한다. 예컨대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는 ‘한국의 교육을 보라’고 여러 차례 우리의 교육열과 교사의 수준을 특별히 언급하였다. 그런데 이것이 빛 좋은 개살구는 아닌지 다소 의아한 면도 사실이다. 왜냐면 교육선진국들의 경우를 보면 국가적으로 체계적인 정책과 과감한 투자, 그리고 미래를 대비하는 넓은 시야와 비전은 우리에게 한껏 부러움을 유발한다. 여기에 비해 우리는 어떤가? 선진국의 교육과 우리의 교육에는 어떤 면에서 차이가 있을까? 우리의 교육을 성찰하는 자세로 접근해 보고자 한다.

우리는 국가 차원의 교육정책 집행 의지와는 다르게 자녀교육을 위한 부모의 열정과 책임, 희생이 훨씬 강하다. 이는 과거 우리 역사상 한석봉의 어머니와 이율곡의 어머니가 증명한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와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을 자녀교육열을 우리는 교육 DNA로 면면히 물려받아 간직하고 있다. 현대는 어떤가? 역시 다름이 없다. 아니 오히려 소수에서 다수의 열정으로 옮아갔다. 그것은 ‘기러기 아빠’라는 세계문명사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낸 우리의 모습에서 드러나지 않는가? 그렇다면 우리의 자녀교육에 대한 교육열은 올바른 것인가? 고전에서 이에 대한 답을 구하는 지혜를 얻자.

<논어> ‘계씨’에는 군자의 자녀교육에 관한 고사가 실려 있다. 공자의 제자 진항(陳亢)이 공자의 아들 백어(伯魚)에게 물었다. “당신은 아버지께 특별한 가르침을 들은 것이 있습니까?” 백어가 대답했다. “없습니다. 예전에 홀로 서 계실 때 제가 종종걸음으로 안뜰을 지나가자 ‘시를 공부했느냐’라고 물으셨습니다. ‘아직 못했습니다’라고 대답하자 ‘시를 공부하지 않으면 남들과 말을 잘할 수 없다’고 하셔서 저는 시를 공부했습니다. 다른 날 또 혼자 계실 때 제가 지나가자 ‘예를 공부했느냐?’라고 물으셨습니다. ‘아직 못했습니다’라고 대답하자 ‘예를 공부하지 않으면 남들 앞에 설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예를 공부했습니다. 제가 들은 것은 이 두 가지였습니다.” 진항이 물러나면서 기뻐하며 “하나를 물어서 세 가지를 알게 됐다. 시에 대해 듣고 예에 대해서 들었으며, 군자는 자기 자식에게 거리를 둔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전 <맹자>에는 군자의 자녀교육 방법과 그 이유가 구체적으로 실려 있다. 제자 공손추(公孫丑)가 물었다. “군자가 아들을 직접 가르치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가르치는 사람은 반드시 바른 도리로 가르칠 텐데, 그래도 통하지 않으면 화를 내고 감정이 상하게 마련이다. 그러면 아들은 ‘아버지는 나에게 바른 도리를 가르치면서 아버지의 행동은 바르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부자간에 서로 감정이 상하는데 이는 옳지 않다.” 그럼 이 말들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누구라도 자녀의 성공을 위해 아낌없이 모두 바친다고 해서 비난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른바 ‘딸바보’, ‘아들바보’를 넘어 ‘교육바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해서는 안 될 일은 명확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일찍이 노자가 설파한 인위(人爲)적인 삶을 거역하고 무위(無爲)의 삶을 지향하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자식농사가 정말 중요하다고 인정한다면 자식의 앞날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자식에게 부모의 불의와 부도덕을 보여주는 인위보다 더 큰 불행은 없다. 그 단적인 예로 최근에 세상의 인심을 가른 ‘조국가족 사태’와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를 생각해보자.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부모의 욕망으로 인해서 드러나지 않았는가? 자식 사랑을 앞세운 교육 불공정이 상류층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 결국 이 모든 욕망은 득보다 실이 많은 완전 허업(虛業)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