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학문의 목적은 무엇인가? 일찍이 호학(好學)의 증거자인 공자는 《논어》에서 학문에 관해 수차례 반복하여 강조한 바 있다. 그중에서도 공부하는 자세에 대해서는 ‘헌문’편에서 명료하게 밝히고 있다. 그것은 바로 ‘위기지학 위인지학(爲己之學 爲人之學)’으로 요약된다. 즉, 자기를 위한 공부와 사람을 위한 공부로 나뉜다. 원문을 보면 “옛날 학자는 자신을 위한 공부를 하고, 요즘 학자는 사람들을 위한 공부를 한다.(古之學者爲己 今之學者爲人·고지학자위기 금지학자위인)”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렇다면 ‘자신’과 ‘사람들’을 위한 공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먼저 ‘위인지학’에 대해 살펴보자. 사람을 위한 공부는 다름 아닌 남에게 보이기 위한 공부다. 이는 출세와 성공을 위한 공부로 남에게 과시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물론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기 위한 공부’로 직역이 가능은 하겠지만 그보다는 ‘남에게 보이기 위한 공부’로 해석하는 것이 공자의 뜻에 더 부합할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면 공자는 항상 그 시대의 학자들이 옛 학자들의 올바른 뜻에 따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에 올수록 더욱 심하게 드러난다. 그렇다면 ‘위기지학’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신의 성장과 수양을 위한 공부로 진정한 공부의 의미에 합당하는 공부를 말한다. 남과 비교하는 공부가 아닌, 날마다 성장하기 위한 공부,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오늘의 나를 만들기 위한 공부다. 그렇다고 공자가 성공과 출세를 근본적으로 부정한 것은 아니다. 공자는 이렇게 공부할 때 뜻을 이룰 수 있는 기회, 즉 성공과 출세가 저절로 찾아온다고 했다.

공부와 관련해 또 다른 고전(古典) 《예기》 ‘내칙’편에는 공부하는 사람의 조화롭지 못한 말과 행동을 경계하는 글이 실려 있다. “많은 것들을 폭넓게 배우되 설익은 지식으로 남을 가르치려 하지 마라. 지식과 덕을 마음속에 간직하며 쌓아가되 밖으로 드러내 보이지 말라.(博學不敎 內而不出·박학불교 내이불출)”가 그것이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공부를 하는 사람은 깊은 성찰과 내면으로 쌓아가는 노력이 없기에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없다. 또한 이들은 함부로 자신의 지식을 드러내거나 남을 가르치려 든다. 그래서 맹자는 이러한 모습을 두고 “사람들의 병폐는 남의 스승이 되기를 좋아하는 데 있다”고 경계했다. 결국 진정한 학문이란 함부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안으로 깊이 쌓아가는 것이다. 내면에 쌓이고 쌓여 자연스럽게 겉으로 배어나오는 것이 진정으로 학문하는 자세이다.

그럼 우리의 교육에서 추구하는 공부는 어떠한 모습인지 성찰해보자. 단지 대학입학을 위한, 그리고 취업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고교 졸업 후에 대학진학률이 70%를 웃돌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문제는 대학교육의 부실화가 초래하는 현실의 모습은 참담할 뿐이다. 단적인 예를 보자. 세계의 유명 대학 총장들이 모여 각 대학이 추구하는 미래의 비전을 말할 때 한국의 어느 명문대 총장의 발언은 너무도 부끄러웠다. 그는 자신의 대학이 높은 취업률과 고시 합격률을 목표로 운영함을 자랑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상아탑의 상징 대학이 추구하는 비전이 겨우 취업하고 고시 합격을 목표로 한다는 게 너무도 한심하지 않는가? ‘인류 발전에 이바지하는 인재 육성’, ‘사회에 공헌하는 이타적인 인간 교육’ 등과는 너무도 차별화되는 저급한 비전, 이것이 대한민국 지성의 전당인 대학이 추구하는 공부의 목적이어야 하는가? 모름지기 공부란 개인이나 집단이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하여 궁극엔 인류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원동력이어야 한다. 개인의 성장과 관련하여 ‘깊은 공부(래디컬 러닝)’는 나 자신을 ‘전복’시키며 ‘공부를 통해 기존의 나와 이별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다는 《공부의 철학》의 저자, 지바 마사야의 메시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누구에게나 진정한 공부를 위한 ‘위기지학’, ‘박학불교 내이불출’의 자세는 현시대에도 분명하게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