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인천 제물포고등학교 교감)

흔히 하는 말에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한다. 그에 못지않게 ‘신은 디테일에 있다’거나 ‘성공은 디테일에 있다’고도 말한다. 이 모두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그렇다. 사소한 것의 관심과 중요함이다. 이와 반대로 ‘큰일을 하려면 작은 일은 무시하라’는 말도 있다. 이것은 큰일을 할 사람은 사소한 일 따위는 무시하고 대범해야 함을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사는 말한다. 성공한 사람 대부분은 작고 사소한 일부터 성실하게 행동한 사람들이다. 왜냐면 큰일을 성취하기엔 작은 일에서부터 걸림돌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상을 살면서 일상사에서 사소함의 소중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교사의 사소한 관심이 학생에게 미치는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멕시코의 어느 고등학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어느 날 성공한 졸업생이 학교를 방문했다. 어떻게 왔느냐는 질문에 학창 시절에 자신을 가르쳤던 선생님을 뵈러 왔다고 했다. 그리고 잠 시 뒤에 그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은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이렇게 대답했다.

“학창 시절에 선생님에게 받은 소중하고 은혜로운 가르침을 평생 잊지 않고 있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어서 선생님이 “내 과목 중에서 무엇이 그렇게 좋았지?”라고 묻자, “글쎄요.....” 하더니 이런 말을 했다. “복도를 지나고 있는 저를 부른 뒤에 선생님께서 무릎을 꿇고 풀린 제 신발 끈을 대신 묶어 주셨습니다. 이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아 저 또한 그렇게 살려고 지금껏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얼마나 뜻밖인가? 이는 교사의 사소한 행동이 한 학생에게 어떻게 감동을 주어 그의 인성과 행동의 변화를 유발했는지 유의미한 사례이다.

사람들은 학창 시절의 은사님을 기억한다. 뛰어난 언변과 실력으로 잘 가르쳤던 선생님도 있지만 늘 있는 그대로 학생을 인정해주고 사소한 행동에도 칭찬과 격려를 해주셨던 분이 있다. 특히나 학생의 사소한 일상과 생각까지도 기억하고 이를 적절한 시기에 격려해줌으로써 감동을 유발한 경우는 더하다. 필자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고등학교 3학년 진급 시에 이과에서 문과로 계열을 변경하고자 하는 필자를 끝까지 대화와 상담을 하면서 고집스럽게 승인을 하지 않으려 했던 학년주임 선생님이 그렇다. 

그분은 오랜 교직경력으로 제자의 미래를 생각하며 시대를 앞선 예지력으로 필자의 진로를 설득하셨다. 하지만 필자는 우직하고 일시적인 충동으로 소중한 가르침을 수용하지 못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선생님은 학생들의 사소한 관심 하나까지도 관찰하고 기록하셨다. 선생님은 당시 산업화 시대엔 드물게 학생의 자연환경과 농촌개발, 산림자원, 녹지공간을 연계하는 생각을 작문 지도에서 감지하고는 의미 있는 제안으로 대학진로 설계를 해주셨다. 

하지만 결국 그분의 지도를 따르지 못한 필자는 그 후 인생의 고비마다 “언젠가는 내 말을 떠올리며 생각할지 몰라”라는 그 말씀을 떠올리며 그 분야에서 탁월함을 드러내는 동기생을 생각하며 비로소 선견지명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인간은 자신의 운명에 대해서 한 치 앞을 모른다. 그런 까닭에 섣부른 판단과 결단으로 자신의 삶을 힘들게 운영하기도 한다. 역으로 오늘이 비록 힘들어도 멋지게 살려는 사람은 내일도 멋지게 살 수 있다. 하지만 내일만 멋지게 살겠다는 사람은 오늘을 망칠 수밖에 없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평소 스승의 학생에 대한 사소한 관찰 하나하나와 그로인한 가르침이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교사가 학생을 바라보는 관점은 아무리 사소한 것처럼 보여도 이를 존중하고 수용하는 것이 현명한 삶의 방법이라 믿는다. 삶은 경험이다. 경험은 최고의 스승이다. 누구나 앞이 보이지 않을 때는 경험이 풍부한 스승의 가르침을 수용하라. 그리고 스승으로부터 사소한 행위일지라도 배우라. 학생 주변엔 참 스승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는 후회를 남기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학창시절엔 이러한 소중한 교훈을 놓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