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교육이 시작됐다. 정부는 신속하게 기기를 제공하고, 지난 2주 사이 통신사, 민간기업, 온라인 강의 업체 등과 간담회를 통해 원격수업이 원활하게 진행 될 수 있도록 기반 마련에 총력을 다했다. 고3, 중3 원격수업 이틀 전에는 “180억원 투입”, “기자재 구매 1천만원 지원”, “퇴직교원 지원사격”, “원격수업 키트 700개 준비” 등 원격교육 준비에 대해 교육부를 비롯한 각 시도교육청의 보도자료도 쏟아졌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기반 마련이다.

원격수업 결정전보다 더 많은 갈등과 불만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현재 상황을 놓고 보면 기반 마련과 실행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장 지원 내용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학교현장에서 들려오는 실질적인 애로사항들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의 실효성 없는 지원에 ‘해주고도 욕먹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가지 않은 길.” 원격수업을 두고 여러 교육 전문가가 이렇게 말하고 있다. 가지 않은 길이며, 갈 길도 멀다.

IT강국이라는 자부심을 내걸고, 사상초유의 쌍방향 원격수업을 강행했지만 EBS 온라인 클래스 홈페이지 접속이 되지 않거나 E학습터에 교사들이 올린 자료, 강의계획서, 과제 등이 모두 소실됐다. 원격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지원된 ‘1만 커뮤니티’ 출범식에서도 유은혜 장관의 화상 연결이 끊어지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유 장관은 “(원격)수업 중 이런 상황이 생길 수도 있겠다”며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고려해 준비해야겠다고 당부했지만, 오히려 여론의 근심과 불신을 샀다.

16일에 기존 원격수업을 진행하던 학생들에 더해 고1,2 학생들과 중1,2학생들도 합류하는데, 온라인 서버가 버텨줄 수 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중3학년 학생수는 44만 8,125명, 고3 학생수는 50만 1,616명으로 총 94만 9,741명이다. 지난 7일 EBS는 '온라인클래스'와 교육학술정보원의 'e학습터'의 동시 접속 인원을 300만명 수준으로 확충했지만 모든 중고등학생 총 448만여명은 교육부가 증설한 서버 용량을 초과한다.

원격수업 운영과 제도에서만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개인적이고 윤리적인 경우에서 드러나는 문제점들에 대한 대책도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아 교사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7일 있어진 원격수업 테스트에서 한 교사는 EBS 대표 캐릭터 ‘펭수’ 사진을 설정해 놓고 아이들에게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 중 선생님이나 다른 친구들의 얼굴을 캡처하거나 짤로 이용하면 저작권법에 위배 된다”고 설명한 후 수업을 시작했다.

여성 교사들은 특히 원격수업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아이들이 선생님의 얼굴을 악용하여 성적 대상으로 표현하는 합성물을 제작한다거나, 희화화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이었다. 이는 괜한 걱정이 아닌 이미 여러 사례가 존재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교육부에서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책임질 수 있는 체계적인 지원과 교사들을 교권 침해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정부에 지워진 당연한 책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