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교감

 각 학교마다 매년 학년말이 되면 교원능력개발평가가 진행되어 결과 보고서가 완성된다. 이는 2010년부터 전면적으로 실시되어 초‧중‧고교의 교원들을 학교장과 교감, 동료 교사, 학생 및 학부모가 평가하는 일로 교원의 교육 활동 전반을 평가함으로써 교원의 전문성을 신장하고 공교육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최근에는 교사, 학부모, 학생들의 평가에 임하는 태도와 실효성이 기대만큼 효과를 얻지 못함에 따라 부정적인 견해가 압도적이다. 하지만 필자는 그 의미를 다시 보고자 한다.

올해도 교원능력개발평가의 결과에 따라 교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필자는 교사의 직위를 벗어 교감이란 직책으로 학부모, 학생, 교사, 교장의 평가를 받았다. 학교에 따라서 차이가 있다지만 현임교에서 동료교원의 평가가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여 약간의 당혹감을 느낀다. 오히려 학부모와 학생들의 평가가 긍정적이고 높은 점수를 주어서 다소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동료교원 평가에서 적개심을 드러내는 행위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이에는 관리자의 업무에 대한 오해와 불만, 그리고 개인적인 이해득실에 따른 감정이 섞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쨌든 귀를 기울여 평가자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지만 교사의 인성에 관한 문제와 연계될 때는 이것이 결국 담당하는 학생에 대한 평가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구체적으로 사례를 들어보자. 평가 항목에는 ‘관리자(교감)의 장점’과 ‘관리자(교감)에게 바라는 점’을 서술형으로 기록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사람마다 저마다의 장단점이 없을 수가 없는데 타인의 장점을 발견하지 못하는 자신의 부족함을 부끄러워한다면 감히 ‘없다’라고 기록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관리자에게 바라는 점’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의 인성적인 면은 다르다. 실제로 누구나 보편적으로 필자의 장점을 언급하면서 인정하는 부분도 많다. 이것은 한 두 사람의 의견이 아니기에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장점은 발견하지 못하고 아예 무시하는 것은 분명 자신의 부족함의 소치를 드러내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교사가 학생을 평가할 때이다. 학생들도 누구나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평생에 남을 학생부에 그 학생의 인성적인 장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단지 ‘없음’으로 기록하는 교사가 있다면 이는 교사의 자격이 없거나 지극히 불성실한 사람으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교육청에서 담당 장학사 두 명이 각급 학교 학생부 컨설팅 차원에서 점검을 나왔다. 작년 3학년 학생부를 확인하는 중에 몇몇 교사가 학생의 ‘행동 종합 평가’에서 단 1~2줄로 성의 없이 기록한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시정조치 하도록 의견을 냈다. 학교에서는 학생부 기록에 대한 교사의 연수를 자주 실시하건만 이런 일은 매년 발생하고 있다. 이는 학생 개개인의 평가에 매우 인색하기도 하지만 교사의 인성 결여이다. 장단점이 없는 학생이 어디 있는가? 또한 모든 학생의 활동을 천편일률적으로 퍼나르는 불성실한 교사도 마찬가지다. 교사는 학생의 인성과 교육활동에의 평가가 미치는 중요성을 감안하여 개인별로 신중하고 성실하게 기록을 해야 한다. 단지 감정적인 반응으로 신체의 찌꺼기를 배설하듯이 한다면 이는 심각한 인격 장애자로 볼 수밖에 없다.

교사는 제2의 부모다. 학생들에 대한 사랑은 필수적인 교사의 자질이다. 그러나 오늘날 교직에 들어오는 교사들은 교과적인 능력이 뛰어날지는 몰라도 그 인성적인 측면에서 보면 아쉽다. 이는 학창시절에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도생한 탓인지 타인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따뜻한 감성이 부족하다. 교사의 부정적인 감정과 편견, 오해로 인해서 한 학생에게 지을 수 없는 악의적인 기록을 남기면 이는 학생이 평생을 살아가는 데 인격적인 모독이나 치욕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인성을 가진 교원에 대한 엄격한 선별과 이를 계기로 이루어지는 교원능력계발이 아직도 그 의미가 크다는 점을 새삼 주목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