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있어서 가르치는 교사의 능력과 학습하는 학생의 능력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학교의 환경도 중요하다는 것을 최근에 깊게 깨달았다. 교육부도 ‘고교서열화 해소 방안’을 통해 학생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다양한 수업이 가능하도록 ‘미래형 학교’를 만드는 등 2021년부터 학교 공간혁신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힌 걸 보면, 교실이라는 공간도 시대 변화에 맞춰 변화해야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방문했던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는 이러한 점을 일찍 깨달은 교장선생님의 교육관에 따라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시설의 우수함이 아니라, 얼마나 학생들이 좋아하고 원하는지 초점을 맞춘 것이다.

보통 교실을 떠올리면 칠판과 교탁, 책상과 의자가 있고, 뒤편에는 사물함이 빼곡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 위에는 수업시간에 만든 결과물을 전시하는 게시판이 있다.

그런데 이 학교의 교실은 남달랐다. 교실에 들어선 순간, 쾌적하고 넓다는 느낌을 받았고, 아이들이 교실의 주인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기존 사물함은 창가 측면이나 복도에 배치하고, 교실 뒤편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그림도 그리고 글씨도 쓸 수 있도록 칠판 페인트를 발랐다. 또한 수업시간에 만든 작품을 일정한 규칙없이 자유롭게 걸어놓은 모습은 웃음과 함께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을 떠올리게 했다.

한 층의 복도 역시 마찬가지로 칠판 페인트를 칠해, 학생들이 자유롭게 낙서도 하고, 수업시간에 배운 것을 그리면서 교과융합수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경기도의 혁신학교를 오랜 시간 이끌고 있는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이 직접 원하는 교실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교실은 놀이와 교육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살아있는 교육의 장이 되었다. 이렇게 변화해야 학생들도 자유롭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 큰 비용도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언젠가 한 고교의 교장선생님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지금의 교실은 너무나 갑갑하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도록 낮거나 높은 책상과 의자를 다양하게 놓고, 매트를 깔아 바닥에 앉거나 누워서 공부할 수 있도록 ‘교실 혁명’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주입식 교육을 받아온 사람으로서 그 발언은 매우 놀라웠고, 이런 변화가 가능할까 싶었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는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교육부도 나서서 학교 구조 재구조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최신식의 시설을 새로이 마련하거나 기존의 공간을 획기적으로 변화하는 등 형식적이고 보여주기 측면의 재구조화가 보다는 학생들을 참여시켜서 그들이 원하는 형태로 교실부터 조금씩 변화시킨다면 더욱 교육적 효과가 높을 것 같다. 학교의 주체 중 하나는 학생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