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원식 전 서울신정고(신정여상) 교사

서영대학교 파주캠퍼스 디지털전기과 겸임교수

특성화고의 현실은 80% 정도의 특별전형에서 모집인원을 확보하는 일이다. 매년 12월 입학정원을 확보하지 못한 특성화고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상집이다. 어떻게든지 신입생과 학부모가 선호하는 사항을 반영한 학과를 신설하기 위해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내년 일은 내년에 가서 볼일이다. 우선으로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자는 것이 대다수 특성화고의 속내라고 보면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미래 산업에 맞춘 학과개편 등을 통해 특성화고 생존을 위한 각종 정책을 추진 중이다. 신입생 모집이 잘 되는 특성화고의 인기학과를 벤치마킹하여 학과를 신설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조리학과가 인기가 있다고 하면 이웃에 있는 특성화고의 조리학과를 염두에 두지 않고 똑같은 학과를 신설한다. 학생이나 학부모의 입장은 같은 학과일 경우 교통편이 좋은 곳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

이렇게 되면 작년에는 신입생 모집이 잘 되었던 특성화고가 주변에 새로 학과를 신설한 학교에 일부 신입생을 빼앗기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미 학과를 개설해 잘 운영하고 있던 학교가 같은 학과를 개설한 학교의 영향으로 신입생이 반감되어 또다시 다른 학과로 변경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도 한다.

물론 교육과정이나 교사 구성, 실습실 등 교육환경이 중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대다수 학생은 강사 구성이나 실습실 등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고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학과를 신설하면 교육청에서 교육과정, 교사, 실습실 확보 등을 위한 비용을 교육청에서 지원해 준다. 예를 들어 조리과를 신설하면 교육과정을 새로 개발하고, 교사를 모집하고, 실습실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교사의 경우 기간제 교사를 모집할 수밖에 없다. 학과가 언제 다시 개편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교사를 채용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특성화고에서 기간제교사의 비율은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 심한 곳은 전체교사 50% 이상이 기간제 교사인 경우도 있다. 심지어 부장교사도 할 교사가 없어 기간제 교사가 부장을 맡기도 한다. 예전에는 기간제 교사에게 담임을 함부로 주지 않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담임은 물론 부장교사, 전문적인 업무까지 대부분을 기간제 교사에게 맡기는 학교가 많다. 어쩌면 기간제 교사들이 특성화고를 이끌어간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인기학과 개설의 이면에는 바로 기간제 교사들의 애환이 담길 수밖에 없다. 기간제 교사들은 신입생 모집의 결과에 따라 거취가 결정되는 상황으로까지 가게 된다.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대학진학 열망이 여전히 강한 상황에서 특성화고의 신입생 모집은 쉽지 않다. 일선 학교에서는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소위 마구잡이로 인기학과를 여러 학교에서 개설하는 현 상황에서는 백약이 무효한 실정이다. 현 상황에서 기간제 교사들의 문제를 고민하는 것부터 인기학과 개설과 관련된 근본 문제를 해결하는 단서가 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