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교감

우리는 ‘친구 따라 강남 간다’, ‘부화뇌동’ 한다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이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타인의 의사나 영향력에 휘둘리는 삶을 지칭한다. 실제로 자신감의 부족에 의해서 타인을 따라 살아가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이는 힘들고 바쁜 세상을 살면서 그저 남들이 간 길을 따라서 편안하게 살고자 하는 마음이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자신을 잊고 온통 타인을 따라잡거나 모방하기, 심지어는 자신의 결정권을 타인에게 양도하니 순간은 편할지 모르지만 결국은 타인의 노예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그러나 세상은 이런 일이 흔하고 사회는 온통 그런 행위를 부추기는 경향이 강하다. 이로써 이른바 ‘군중 속의 고독’, ‘자기 소외’와 같은 불행한 삶이 펼쳐진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청소년들에게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교육이 중요하다.

‘청소년은 자기 삶의 주인이다.’ 청소년 헌장의 첫 구절에 나오는 말이다. 청소년은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권리와 책임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입시 위주의 교육 현실 속에서 자신의 권리와 책임을 생각할 겨를이 없이 대학 진학이라는 획일화된 틀 안에서 중요한 것을 잊고 모두가 똑같은 길을 향해 걸어가고 있지 않은가? 어른이 되면, 대학만 가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것 같다는 기대는 그저 허상에 불과할 뿐이다.

세상은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다. 자기 인생은 자기 스스로 책임지고 지켜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환경은 청소년들에게 이러한 ‘주인 정신’을 상실한 채 살아가도록 몰아세우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일찍이 도산 안창호 선생께서 ‘내 삶에 주인 의식을 갖고 주체적으로 살라’고 강조하며 ‘주인 정신’을 고취하고자 했던 것이 선각자로서 얼마나 중요한 지평선을 열었는지 미루어 짐작이 간다.

필자는 두 자녀를 두고 있다. 지금은 모두 독립했지만 자녀들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나이인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줄곧 자기 삶의 참된 주인으로 살아갈 것을 주문해왔다. 이는 고등교육을 마치고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시기까지 지속되었다. 심지어 결혼식 축사에서도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말한다. 그만큼 누구나 자기 삶을 다양하게 살아가기에 그렇겠지? 부디 당당한 모습으로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고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라.”는 말을 남겼다. 딸과 아들은 늘 정형화된 삶의 틀에서 자신의 개성 있는 삶을 도모하여 살고자 노력한다. 이는 부모의 지속적인 ‘자기 삶의 참된 주인으로 살아가라’는 충고가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에 베어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내 삶의 참된 주인이란 바로 내 인생을 스스로 이끌어가는 사람, 즉 ‘셀프 리더’를 말한다. 남에게 이끌려가는 수동적인 삶이 아니라 나의 의지대로 자신의 삶을 주도할 때 진정한 행복을 느끼면서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 권리를 스스로 지키기 위해서는 주인 의식을 길러야 한다.

혹자는 이 주인 의식을 ‘셀프 리더십’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셀프 리더십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며 나답게 살 수 있도록 ‘나를 지키는 힘’이다. 지금 우리 청소년들에게 절실한 것은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삶이 아닌, 누구에게도 증명할 필요가 없는 나 자신, 바로 내 인생의 ‘셀프 리더’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내 삶의 참된 주인으로 셀프 리더십을 지닌 셀프 리더로 성장할 수 있을까? 셀프 리더십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내면의 힘’이다. 특별하게 무엇을 잘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어떤 환경 속에서도 자신을 스스로 이끌며 지킬 수 있는 단단한 내면의 힘을 키워야 한다. 이는 자신의 권리와 책임을 다하며 자기 주도적으로 삶을 이끌 수 있는 청소년 누구나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고 가능하다. 여기에 교육은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