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이 장고의 진통 끝에 임명됐다. 그러나 조 장관의 딸 고교 생활기록부 유출 사건과 관련해 ‘학생인권 침해’라며 교육계가 여전히 시끄럽다.

이 사건은 지난 3일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한영외고 생활기록부를 공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주 의원은 기자간담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익제보를 받았다며 조 후보자 딸의 영어 성적 등을 공개해 ‘특혜 인턴’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당사자인 조 씨를 고소인으로 하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으며, 서울시교육청도 이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조 장관 딸의 생활기록부 접속 기록을 조사한 결과, 기존 발급 확인된 2건 외에 한영외고 교직원이 조회한 1건을 발견했다. 시교육청은 이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판단해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초·중등교육법 제30조의 6항에 따르면, 생기부 작성‧관리 주체는 학교장으로 학교장이 권한을 부여한 사람 이외에는 접속 권한이 없으며, 학생 당사자 동의 없이 생기부를 제3자에게 제공해서도 안 된다. 또한 개인정보보호법 제71조에서 금하고 있는 위법행위다.

이에 대한 교원단체와 교육감들의 일침은 물론 일명 ‘주광덕 법’까지 발의되는 등 교육계의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어떤 경우라도 교육적 목적 외에 학생부를 활용하면 안 된다. 자료 취득 경위와 자료 공개의 위법성 여부도 문제이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학생 개인 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 이는 학생의 정보인권을 심대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주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으며, 무단공개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할 것을 요구했다.

김승환 전북도 교육감도 “최근 학교생활기록부 불법유출, 불법사용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것은 굉장히 심각한 범죄행위다”며 “엄격하게 형사처벌로 가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장휘국 광주시 교육감도 “교사·학생에 대한 심각한 교육권 침해이며, 학생부를 정쟁의 도구로 활용한 정치권의 행태에 매우 큰 분노와 실망감을 느낀다”며 학생부가 본인의 동의 없이 공개되는 일이 없도록 관련 법률을 시급하게 보완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장관 후보자의 결격사유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사가 필요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자녀의 학생부까지 공개했어야 하나 싶다. 학생부는 엄연히 한 학생의 사생활이나 다름없는 기록이며, 이는 초중등교육법에도 분명히 명시된 위법행위이기 때문이다. 부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생활’까지 들추는 파렴치한 일은 없었으면 한다. 자신의 학창시절이 담긴 학생부를 만들기 위해 학생들이 매일매일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