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일본의 무역제재에 대해 2학기부터 초‧중등 역사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대응책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았지만, 학생들이 동아리, 캠페인 등 체험을 통해 역사를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특히, 이번 역사교육은 계기교육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계기교육은 특정사안을 계기로 학교 교육과정에 제시되지 않은 범교과적인 주제에 대해 교육할 필요가 있을 때 이루어지는 별도의 수업으로 학교장의 승인에 따라 이루어지는 교육을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특정 사안이라고 하면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로 배제한 것, 그로 인해 이어지는 역사 왜곡 등이 포함될 듯하다. 물론 역사 왜곡을 바로 잡고 올바른 역사를 알려주는 측면에서는 필요한 계기교육이다.

그러나 이를 통해 학생들이 편협된 시각을 가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생긴다. 분명 일본이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역사를 왜곡하는 부분에 대해 학생들이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비판적인 시각이 혐오의 시각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과정에서 힘든 것은 선생님들이 아닐까 한다. 이번 역사교육 강화와 관련해 몇몇 역사 선생님들이 쓰신 칼럼을 읽어보았다. 대체로 현장에서 역사교육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깊게 체감하기 어려워 보였다.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 기업이 청소년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역사 인식 설문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10명 중 8명(85.8%)이 ‘역사 수업이 다른 과목보다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 중 매우 중요하다는 46.8%, 중요하다는 39.0%였다.

또한 10명 중 8명(80.0%)이 학교에서 꼭 역사를 배워야 한다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 16.8%가 ‘그렇다’고 답해 대부분의 학생들(96.8%)이 역사 수업이 필요하다고 인식했으며, 역사 수업이 가치관에 도움된다고 답한 학생도 84.8%로 높은 수준이었다.

이미 학생들은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통감하고 있다. 그러나 점차 대입으로 넘어가면서 한국사는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이 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정말 좋아서 역사를 공부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성적을 위해 공부해야 하는 것이 역사라면 안타깝기도 하다.

역사교육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번 계기교육을 위해서도 교육부는 시‧도교육청과의 협의해 관련 자료 개발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으며, 한일 관계사 및 갈등 현안을 공동으로 연구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동북아 역사 전문가 협력체계를 구축하거나 국민들의 인식 제고를 위해 시민강좌 개설, 역사서적 개발·보급 등 교육·홍보를 다양화하기로 했다.

각 시도에서도 다양한 역사교육 강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역사 유적지로 캠프를 떠나거나 역사적 사실을 계기로 토론 교육을 진행하면서 학생 스스로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도록 한다. 또한 학교내 일제 잔재를 찾아 청산하도록 하는 등 민주적으로, 주체적으로 해결하도록 하는 지역도 있다.

학교에서 역사 교육을 받아온 입장에서 짧은 식견으로나마 보면 분명 역사교육은 제대로 이뤄지는 듯하다. 그러나 그 교육의 기준이 되는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에서 보다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교육을 추진했으면 한다.

불과 몇 달전에도 사회교과서와 관련해 무단수정 논란이 있었으며, 초등학생들이 처음 역사를 접하는 6학년 사회교과서에도 한국사가 임시 추가되는 등 교육과정이 중복되거나 누락이 되는 ‘누더기 교과서’ 사태가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의 기본이 되는 책인 교과서부터 흔들린다면 역사교육의 본질도 흐려질지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