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교감

고(故) 최인호 작가는 생전에 역시 고인이 된 법정 스님에게 참된 지식을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이에 법정 스님은 “냉철한 머리가 아니라 따뜻한 가슴이다”라고 하며 따뜻한 가슴으로 이웃을 사랑하고 타인을 배려할 때 좋은 글이 나온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이라는 말은 일찍이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셜이 한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이 경제학에서 활용되기 보다는 사람들에게 이성보다 감성에 호소할 때 더 의미 있는 말로 쓰이곤 한다.

21세기는 ‘감성의 시대’라고 말한다. 이는 이성보다 감성이 지배하는 사회를 말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에는 서로 이해하고 설득하면 힘든 일도 합심해서 이루어내었다. 즉, 뜻이 통하면 안 되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요즘은 어떤가? 아무리 설득하고 이해를 호소해도 자신에게 이익이 안 되거나 관심 밖의 일은 철저히 외면하는 게 세상의 인심이고 세태다. 이는 지금까지의 인류의 역사가 좌뇌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우뇌의 시대로 나아감을 의미한다.

당연히 교육도 인간의 좌뇌를 개발하는데 치우쳐왔고 그 결과 많은 지식근로자를 배출하였다. 이제 각국은 엄청난 경제발전의 토대를 마련했고 사람들은 오늘날 상상 이상의 부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물질적 풍요 속에서 크게 부족함이 없이 자란 오늘의 청소년들은 의식주에는 구애받지 않고 살아간다. 또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면은 학교교육으로 충분히 습득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들에게 시각적이고 정신적으로 만족감을 주지 못하면 공감을 얻지 못한다.

공감은 상대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그러기에 그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티베트의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공감은 나와 나 아닌 다른 것 사이의 소통이다”라고 설파했다. 사람들에게 어떤 경우에 문제가 생기는가? 사람들이 머리로만 얘기하고 가슴으로 소통하지 않는데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가? 누구든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상대에게 다가갔을 때 상대도 기꺼이 소통의 공간을 마련해준다. 마음의 문은 밖에서 열 수 없다. 오직 안에서만 열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감성이라는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 특히 청소년은 누구나 자신을 이해해 주고 가슴으로 이야기할 때 감성이 쉽게 동요한다. 그것이 바로 진실의 힘이다. 몽골제국을 통일했던 징기스칸에겐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듣는 두 귀가 있었고 머리보다는 따뜻한 가슴이 있었다. 

20세기까지의 좌뇌적 사고의 시대에서 21세기엔 우뇌적 사고의 시대가 될 것임을 이미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세상이 따뜻해지고 인간다운 세상, 사람이 먼저인 세상은 감성이 주도하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 속에서 청소년들은 배우고 자라야 한다.

따라서 미래의 인재를 육성하는 학교에서 교사의 역할은 중요하다. 바람직한 학생지도의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학생들로부터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공감을 얻어야 한다. 따뜻한 말 한 마디가 학생들에게 힘이 되고 용기가 된다. 그러려면 학생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어야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교사의 자질을 갖추게 된다. 고민 많고 감정의 기복이 심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존경심을 받게 된다.

최고의 상담사는 ‘경청을 잘 하는 사람’이라 하지 않는가? 물질이 풍부하고 다원주의가 팽배한 현실 속에서 학생의 마음의 문은 감성(感性)에 있다. 감성은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배움이 충만한 지성이 지식과 능력, 기술을 표현한다면 감성은 느낌과 감각, 소통과 공감으로 표현할 수 있다. 학생들이 마음의 근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마음과 감정을 표현하는 교육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