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서울 은평구 은명초등학교 별관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다. 방과후 수업을 받고 있던 학생과 교사 150여명이 긴급 대피하면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은명초 외벽이 가연성 마감재인 드라이비트로 시공된 것을 서울시교육청이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인재(人災)’가 될 뻔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드라이비트 사용 학교건물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은명초가 누락돼있었다.

현재 서울 초‧중‧고 중 드라이비트가 사용된 학교는 전체 1363곳 중 419곳(30.7%)이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 220곳으로 가장 많았고, 중학교 91곳, 고등학교 103곳, 유치원 1곳, 특수학교 4곳이었다.

드라이비트는 지난 2015년 의정부 아파트 화재,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에서도 심각한 원인으로 분석된 외장재다. 화재에 취약하고, 유독가스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범정부 화재 안전 특별대책이 마련되면서 앞으로 3층 이상 건축물이나 병원 학교 등에 외부 마감재로 드라이비트와 같은 가연성 마감재를 사용할 수 없으며, 의무적으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뒤늦게 안전 대책이 마련됐지만, 이전에 지어진 학교는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서울시교육청이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교육청은 해마다 50여개 학교에서 진행되는 외벽 개선사업으로 드라이비트를 제거한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드라이비트를 사용한 학교만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에 진행이 더디다는 지적도 있다.

절차와 순서에 따라 계획을 진행하는 것도 좋지만, 화재는 예고한 뒤에 일어나지 않는다. 이번 은명초 화재와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이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드라이비트를 학교에서 없애야 한다. 드라이비트 제거와 함께 학부모들의 불안감도 함께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