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희 광주 빛고을고등학교 수석교사

30년 경력을 바라보는 어느 교사가 있었다. 동료 선생님들과 수시로 협의회를 진행하며 수업을 연구하고 공유한다. 학교의 다양한 행사에 도울 일이 없는 지 담당 선생님께 여쭙고 들여다본다. 또한 바쁘신 담임선생님들을 대신하여 손이 빠지는 학생들을 찾아 격려하고 응원하기도 한다. 신규 교사가 다가와 담임으로서의 학생 고민을 토로하며 눈물을 쏟기도 한다. 나아가 교장 선생님과 우리 선생님들의 가교 역할을 맡아 학교문화가 세포에 머물지 않고 유기체가 되도록 애쓴다. 이 분은 바로 수석교사이다.

학교 사회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여쭌다. 학교 사회의 교원 직급 체제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교사, 교감, 교장으로 알고 계실 것이다. 만약 시험에 출제되어 이렇게 답하셨다면 이 분은 탈락이다. 순간 당황한 분도 계실 터 거기에 수석교사라는 직급이 추가되어 운영되고 있는 지 벌써 8년째이다. 그럼 수석교사는 도대체 무엇인가?

정부는 여러 해 연구결과와 시범운영 4년을 거쳐 2011년 6월 26일 법제화된 수석교사제를 출범시켰다. 수업 전문성을 가진 교사 선발을 통하여 그들이 가진 경험과 역량을 다른 교사들과 공유 지원하기 위한 교원 자격체계인 것이다. 이들은 관리직으로의 승진을 포기하고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기를 약속한 분들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역량을 활용한다면 교직문화를 훨씬 전문화하고 공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2016년까지 모든 학교에 수석교사를 배치하겠다는 정부의 야심찬 계획은 공염불이 되었다. 현재 배치율은 지역에 따라 15%~20%에 불과한 수준이다. 학교 현장에서도 수석교사는 그들이 원래 가져야할 지위와 역할은 사라지고 모호함만 남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부는 수석교사의 선발 및 운영 권한을 각 시·도 교육청에 위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별 상이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어서 혼란은 더 커 보인다. 지역 교육 수장의 인식에 따라 그들의 역량 발현 및 교육 성과 편차는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수석교사에 대한 기대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시간의 공과를 뒤돌아보는 지난 해 11월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은 “2011년 법제화된 이후 수석교사제는 학생과 교사 등 교육 당사자들 사이에서 그 필요성이 인정되었음에도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해 아직도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시 시작하는 자세로 보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 창의융합사회는 우리 교육을 크게 흔들고 있다. 미래 교육은 빠르고 다양하며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수석교사는 수업컨설팅만이 아니라 교육의 다양한 영역 전문가가 되어야만 한다. 특히 핵심역량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융합수업의 전문성과 교과와 교사를 연결하는 촉진자 역할을 가져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전문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워크숍과 네트워크 조직을 통한 불철주야 날을 새는 연구가 필요했다.

또한 맞춤형 교육과정 재구성 및 학생 참여형 활동수업을 통하여 학생들의 가능성을 일깨우는 교육 컨설턴트가 되어야만 한다. 미래핵심능력을 교과 과정에 녹여낼 수 있는 힘을 계발하기 위한 자기 연마도 끊임이 없다. 나아가 생활지도 및 인성교육, 동료성 회복을 위한 맞춤형 연수 등 몸이 두 개여도 모자랄 지경이다.

지난 주말 모임을 같이 했던 교사 친구가 수석교사여서 좋은 점은 무엇이냐고 묻는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후배 교사들의 모범이 되고자 함께 노력하는 모습이 좋다고 말했다. 새로운 교육 환경 속에서 자신을 채찍질하고 성찰할 수 있음은 큰 기쁨이요 보람이라고 웃어 주었다. 교육은 구호로 되는 것이 아니다. 묵묵히 헌신하시는 많은 선생님들의 수고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생님들 사이에 수석교사가 어우러져 있을 것이다. 오늘도 그 교사는 다짐한다. 사랑하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위하여 기꺼이 징검다리가 되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