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안암초등학교 교사 이동윤

최근 90년대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은 찬란한 20대의 청년시절을 보내고 있으며 사회의 새로운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 현장에도 90년대생 교사들이 이미 몇 년 전부터 등장했으며, 서서히 ‘신규교사’를 벗어나 충실한 학교의 중역을 맡고 있다. 이들은 자신감이 있으며 똑똑하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 학교는 이들이 교무부장을 맡기도 하고, 내 주변만 해도 벌써 굵직한 학교업무를 맡은 친구들이 가득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90년대생 선생님들은 애환이 많다. 그 어떤 교사 세대보다 많이 공부하고, 치열했던 교대 입시를 통과하고 높은 임용고시 관문를 통과하여 부푼 꿈을 가지고 교사가 된 그들은 막상 현장에서 좌절한다. 보석의 원석처럼 반짝이던 친구들이 몇 년 만에 누렇게 빛이 바래 버렸다. 이유가 뭘까.

보석같은 90년대생 선생님들은 교육현장에 나오자마자 사방에서 연단을 받기 시작한다. 먼저 그들은 학교의 불합리한 문화들에 의해 충격받는다. 학창시절에 늘 공정한 경쟁 속에서 남녀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지냈던 이들은 ‘우리 때는’이라는 학교 문화와 부딪힌다. 권위주의적인 일부 교사들과 관리자들이 “우리 때는 그것보다 더한 것도 했다”, “우리 때는 안그랬는데”라는 말. 90년대생 교사는 이런 말들에 상처받는다.

이들은 위에서 뿐만 아니라 아래에서도 연단을 받기 시작한다. 90년대 생들이 다녔던 학교와는 너무나도 달라진 현재의 학생들과 학부모의 모습에 회의감과 충격을 받는다. 우리들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교실을 보면 때로는 갑갑한 마음이 들고 고민이 많아진다. 악성민원들과 힘든 학생들을 교사한명이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현실에 좌절한다. 이쯤되면 보석의 빛깔은 알아보기 힘들 정도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어떤 보석은 더 이상 빛을 내지 않고 그냥 돌맹이처럼 살기로 결심하는 경우가 있다. 반짝이면 괜한 주목을 받고 시기를 받아서 일까? 그렇게 마음먹은 사람은 과거 학교의 불합리한 문화를 그대로 답습한다. 힘든 현실을 어지간하면 외면하려고 하고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는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여행이나 본인의 취미생활에 몰두하며 학교가 아닌 곳에서만 보석으로 살아가는 생존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 교육현장에서는 보석같은 90년대생의 에너지가 이렇게 점점 학교 밖 외부로 사라지고 있다.

그래도 많은 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을 빛내기 위해 노력해본다. 교사들이 모인 곳에서 활발하게 소통도 해보고,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서 이것저것 연수도 들어보고, 연구회도 가입해서 활동한다. 하지만 짧은 경력 탓에 이 모든 노력들이 보석의 빛을 내게 하기엔 쉽지는 않다.

이 보석이 아름답게 빛나도록 닦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면 너무 좋을텐데! 그러기 위해선 교육현장에서 밀어주고, 알려주고, 끌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도 협업을 해야한다. 필자는 연수에서 좋은 리더 선생님들을 만났다. 서로 관심있는 연구 주제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고, 교육에 적용시킬 수 있는 교안을 개발하였다. 교육청에서 연수기회와 강사 경력이지만 연수 강사로 활동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중견교사이신 리더 선생님들이 젊은 교사들의 에너지와 열정을 함께 연구에 사용하며 기회를 주셨기 때문이다.

이런 모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단발성 모임이 아니라 계속 지속할 모임이 많아졌으면! 교육의 새로운 변화와 열정을 가지고 성장할 그런 연구 모임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90년대생의 열정을 '이용'하는 모임이 아닌 발전시키고, '사용'할 그런 모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서 교육계 전체가 더욱 더 민주적으로 바뀌어야하고 교사들은 각자도생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함께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도 서로를 이끌어주고 원석같은 서로를 닦아주고, 빛나게 해줘야 한다. 모두가 아름답게 자신의 색을 빛내는 그런 문화가 교육현장에 도래하는 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