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시교육청이 오는 7월부터 42억이라는 예산을 들여 지역 804개 유치원·초·중·고교에 가정용 무선 진공청소기 4300여 대를 보급한다. 많은 인원이 사용하는 학교 교실에 ‘미세먼지 제거’의 목적으로 가정용 무선청소기를 보급하는 것이 올바른 행정인지 의구심이 드는 가운데 교사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이 지난 4월 유·초·중·고 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1%가 무선 청소기 도입을 원했다.
특히 청소에 대한 부담이 큰 유치원 교사 100%와 초등학교 교사 77%가 무선 청소기를 선호했다.
반면 교육적, 경제적인 측면에서 불필요하다는 교사들도 적지 않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는 “대당 8~90만원이 넘는 고급형 ‘가정용 무선청소기’ 특성상 유지나 관리비용 부담이 크고, 파손이나 고장 등 관리의 어려움을 고려하면 예산 대비 효율성이 떨어져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구지부는 “교실마다 무선청소기가 보급된다면 학생들이 교실 청소 시 훨씬 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청소를 진행할 수 있지만 편의성과 효율성보다 우선 고려되어야 할 것은 학생들에게 청소란 어떠한 의미이며, 왜 청소를 해야 하는지, 주변의 환경과 자연이 내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교육적 성찰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찬반의 의견이 어느 하나 틀린 것이 없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교육 행정을 운영하는 교육청은 보다 효율성을 따져 무선청소기 보급을 고려해야 했다. 또한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측면에서는 무선청소기를 도입하는 것도 합당해보인다.
그러나 ‘교육’을 하는 학교에서만큼은 청소의 교육적 측면을 더욱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학교 현장을 보면 환경교육, 분리수거 활동 등을 특색 교육으로 운영하는 곳이 있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요즘 학생들이 분리수거를 할 줄도 모르더라. 집에서 청소도 잘 하지 않기 때문
에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라며 “학교에서 이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해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과거 학창시절을 되돌아봐도 분명 청소는 하기 싫은 벌칙과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청소를 왜 해야 하는지 쓸고 닦으며 깨달았던 것 같다.
학생들에게 꼭 빗자루로 쓸고 대걸레로 닦는 청소를 시켜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청소의 중요성을 일상 속에서 깨달을 수 있도록 학교라는 공간에서 가르쳐주었으면 한다.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보다 줍는 사람이 이상하게 보이지 않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