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시도교육청에서는 학생을 ‘민주시민’으로 인정하고, 학생 주도 하에 학교 문화를 민주적으로 구성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학교장 등 일부 관리직에 의해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어 민주주의가 가능할지 의구심이 든다.

전교조 경기지부에 따르면, 경기도의 한 공립고등학교 교장이 학교운영위원장 자녀의 학교생활기록부 내용을 쪽지로 써서 담임교사에게 줬다는 공익신고가 접수됐으며,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실이 해당 학교에 대해 감사를 진행 중이다.

전교조 경기지부는 “학생들에 대한 평가는 대학 입시에 활용되고, 대학입시가 훗날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학교장과 학교운영위원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하여 학교생활기록부 내용을 임의로 수정하도록 요구한 것은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학교장의 갑질과 비리는 경기도 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서울공연예술고 전 교장이 학생들을 사적인 행사에 동원해 공연을 하게 만들고,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을 하며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해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인권을 보호하도록 했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자녀의 봉사활동을 위해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학생들의 간식을 자신에게도 제공하도록 했다. 광주의 한 교사는 학교 운영비를 횡령해 자녀의 학용품 구입 등에 사용하기도 했다.

취재차 학교 현장을 방문해보면 확실히 이전과 달라졌다. 학교장은 옛날의 권위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학생들과 수시로 대화하며, 교사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모습으로 변화했다. 이런 점을 보면 학교의 민주주의 문화 형성은 가능해보이지만, 일부 학교장의 비리나 갑질을 보면 아직 멀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강물을 흐린다’는 속담이 현 상황에 적절한 듯하다. 각 시도교육청이 갑질이 드러난 학교장에 대해 적절한 처벌을 내려 학생과 교사가 고통받지 않는 학교 현장을 만들어, 교육계가 깨끗하게 정화된 강물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