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시책 하나가 교단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조직문화를 혁신하겠다며 교직원 호칭을 하나로 통일하겠다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지난 8일 발표한 ‘조직문화 혁신방안’의 과제 가운데 하나로 구성원간 호칭을 ‘~님’과 ‘~샘’ 또는 ‘프로’라는 칭호로 통일하자는 방침을 내놓았다. 교육청과 산하기관 직원은 물론이고 교사들 사이에도 일괄적용해 보겠다고 조 교육감은 밝혔다.

조 교육감은 1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교육청과 학교에 민주주의 문화가 흘러넘쳤으면 한다”면서 “다양한 교육 주체가 더 평등하게 ‘단일호칭’을 했으면 좋겠다”고 거듭 밝혔다. 직위에 매달리는 권위주의적 습관에서 탈피해보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렇지만 호칭이란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것이다. 기업 일부에서도 과장님, 부장님 하는 호칭을 없애고 모두 ‘님’으로 통일한다는 방침이 발표되기도 했다. 그런데 모두 낯설고 어색해 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만큼 호칭 바꾸기는 하루 아침에 실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학교나 교육청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선생님’이라는 말도 마찬가지이다. 연령이나 경력, 직위를 초월해 서로 존중해 주려는 뜻이 담겨 있는 호칭이다. 학교에서는 교장이나 교감 등 직위높은 교사도 일반교사에게 ‘~선생’이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요즘은 예술계를 비롯해 각계에서 남발되기는 하지만, 여기에도 서로 예의를 차리려는 뜻이 배어 있다. 권위주의와는 거리가 멀다고 여겨진다. 그런데 이를 갑자기 바꾸라고 요구하니 당혹스럽다.

교원단체에서도 조 교육감의 제안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를테면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사로서 자존감과 정체성을 교육 당국이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도 “수평적 호칭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고 선생님이라는 호칭에 마지막 자긍심과 위안을 느끼고 있다”면서 성급하게 밀어붙이지 말라고 요구했다.

부정적인 시각이 이렇듯 우세하자 조 교육감과 서울시교육청은 한 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학생이 선생님을 부를 때도 이 호칭을 사용하자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조희연 교육감이 이런 제안을 한 의도를 탓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일단 그런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만족하고 억지로 끌고가지는 말아야 한다. 관습과 풍습은 시간을 두고 형성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