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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감정조절에 관하여

감정을 조절한다는 것은 감정을 억제한다는 말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화를 내지 않고 참는다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감정조절이란 부정적 감정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모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좀 더 쉽게 표현해 본다면 어떤 힘든 감정의 소용돌이가 몰아칠 때, 이 감정을 바로 없애려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고, 현재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 연구하며 이러한 감정이 나의 몸과 생각, 인식, 대인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해서 감정이 나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감정을 가지는 상태로 가는 과정을 말한다. 막상 실천해 보려면 어려운 점도 있을 것이지만, 여러 번 이러한 마음 상태가 되도록 노력하면 놀랍게도 나 자신이 나의 감정의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감정조절이란 좋은 감정만 느끼고 불편하고 부정적인 감정은 느끼지 않는 상태 즉 내가 원하는 감정만을 선택적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슬픔이 너무 두렵다든지 분노가 너무 두려워서 못 느끼는 그 상태를 함께 느껴가는 것을 말한다. 좋은 감정만 느끼고 힘들고 두려운 감정을 느끼지 못하면 우리의 감정은 죽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삶의 아픔과 분노뿐 아니라, 재미와 흥분도 느끼지 못한다. 겉으로는 어떤 일에도 동요하지 않는 안정된 사람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어떤 일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무감각한 일상과 지루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의 내적 상태는 감정동요가 심하게 일어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스트레스 호르몬이 방출된다고 한다. 이러한 마음상태는 감정이 잘 조절된 상태가 아니라 감정을 마비시킨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의 일상의 형태는 어떤 것일까? 이러한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무엇을 한다고 해도 상관이 없는 상태이거나, 어떤 것에도 애착을 두지 않는 상태가 되어서 시간이 경과하여 더 극단적인 상태가 되면 자기 자신의 삶에서 아무런 결정을 내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결국 감정조절이란 우리가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느끼지만 그에 압도되거나 휩쓸리지 않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종종 우리가 삶 속에서 화가 나지만 그 화를 주체하지 못해 이성을 잃는 대신 화가 난 상태를 견딜 수 있는 것, 슬프지만 견딜 수 없을 만큼 슬퍼서 우울증으로 가는 대신 슬픈 상태에 머물 수 있는 것, 또한 기쁜 것에 대해서도 그에 압도되어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 기쁨을 즐길 수 있는 상태로 잠잠히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감정조절이란 감정에 압도되지 않고 또한 감정을 마비시키지 않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감정조절의 개념에 대하여 설명해 보았다. 그러면 우리가 일상에서 직면하게 되는 감정상태의 종류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1) 감정의 과다 각성상태

감정의 과다 각성상태는 오로지 감정만이 존재하고, 이성적인 사고는 마비되며 다양한 기억이나 경험에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내 감정만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도 없고 내가 하는 어떤 말과 행동도 정당한 것처럼 느끼게 된다.

이러한 감정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종종 내가 그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많은 것이다.

동시에 이러한 감정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것도 완벽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으며 모든 것이 흑백논리로 판단되기 때문에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것과 다르거나 상반된 정보들을 수용하고 소화시키고 포용할 수가 없게 된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