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선물’이란 뜻을 담은 양산 빅밴드가 결성된 건 지난 6월. 화음을 내기엔 아직 부족한 실력이지만 아이들 얼굴엔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취감으로 가득하다.
충북 영동에 위치한 양산초등학교(교장 성경제, 사진)가 음악으로 달라진 건 학교장 덕분이다. 평소 문화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던 성경제 교장이 교내 학생 밴드를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다. 학교가 읍내와 10km나 떨어진 탓에 학생들은 평소 문화체험을 하기가 어려웠다. 교사들은 이 사정을 잘 알고 있었고, 몇 번의 의논을 거듭한 끝에 재즈 밴드가 만들어졌다. 교사들의 고군분투는 그렇게 시작됐다.
재즈 밴드 기획을 위해 교사들은 영화부터 챙겨봤다. ‘스윙걸즈’를 몇 번이고 돌려보면서 구상을 조금씩 구체화했다. 피아노, 일렉기타, 베이스, 드럼으로 밴드를 구성하던 교사들은 이 악기로는 소수의 학생들만 참여할 수 있다가 보고 방법을 간구했다. 고심하던 차에 성 교장은 금관악기를 넣자고 제안했다. 색소폰, 트럼펫, 트롬본 등 10종에 이르는 악기가 목록에 올랐다.
하지만 돈이 문제였다. 학교 예산만으로는 값비싼 악기를 사기가 어려웠다. 돈을 생각하면 시골학교가 밴드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 주저앉을 수 없어 성 교장은 도교육청을 찾았다. 재즈밴드를 방과후수업으로 운영하겠다고 계획서를 제출했다. 도교육청은 검토 끝에 방과후 사업비로 2500여만 원을 내줬다. 양산초는 악기를 갖추고 전문 강사를 두 명이나 확보했다.
밴드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돌자 학생들이 눈빛을 반짝거렸다. 학교는 전교생 중 악기를 다룰 수 있는 4~6학년에 한해 밴드 멤버를 모집하기로 했다. 공고가 나가자 4~5학년 전원 48명이 응모했다. 밴드를 하겠다며 지원한 학생 중에는 특수교육을 받는 아이들도 있었다. 성 교장은 지원자 모두에게 기회를 줬다. 밴드는 학년별로 만들어져 총 3개 반이 생겼다. 학생들은 악기를 분다는 현실에 환호했고 교사들은 시골학교에서 밴드부가 생겼다는 사실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모두 입 꼬리가 올라갔다.
연습은 좌충우돌이었다. 그래도 연습실에는 생동감이 넘쳤다. 단원이 된 학생들은 쉬는 시간이면 웃고 떠들다가도 연습이 시작되면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악기를 손에 쥐었다. 온 힘을 다해 색소폰을 부는가 하면 발가락으로 리듬을 타며 트롬본을 불었다. 베토벤이 쓴 ‘환희의 송가’를 맞춰보는 학생들의 표정엔 뿌듯함과 자신감이 서렸다. 시골학교에 변화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하모니를 배운 지 이제 4개월. 성 교장은 이달 24일에 학부모 초청 음악회를 열 계획이다. 성 교장은 “우리 학교 학생들이 밴드 연주를 통해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키우고 있다”며 “지금 4학년 학생들이 6학년이 됐을 때 동생들을 잘 가르치며 밴드를 이끌어준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바람을 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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