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경 기자]서울 등서초 송준헌 교장은 처음 초등학교에 발령받았을 때 맡은 업무가 바로 독서교육이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교내에 도서관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로 하여금 여름방학 동안만이라도 책을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 서고에 있는 책을 교실로 옮겨와 여름 독서교실을 열었다. 그러자 학생들이 얼마나 많이 몰려 오는지 한 교실 가지고는 어림도 없었다. 도서 분실의 염려도 있었지만 아이들의 책 읽는 모습이 무척 대견스러워 열 교실을 개방했다. 선풍기도 없는 교실에서 아이들은 재미있게 책을 읽고 돌아갔다.

이후 담임교사를 하며 공을 많이 들인 것이 바로 ‘책 읽어주기’였다. 송 준헌 교장이 초등학교 2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항상 재미있는 부분에서 얘기를 멈추시곤 했다. 송 교장은 이 부분이 어떻게 이어질 지 상상하며 친구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곤 했다고... 그 덕분에 학생들을 가르쳤던 시절 반 아이들도 송준헌 교장의 어린 시절처럼 책을 읽어주는 교사가 있는 학교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송 교장은 교감이 되면서 시작했던 것이 바로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책읽어주기’였다. 그녀는 타고난 음성이 좋아 EBS 교육방송도 경험 했다. 한 달에 두 번 훈화 방송시간에 훈화 대신해 좋은 책을 선정해서 화면에 그림도 보여주며 입체낭독을 했다. 학생들은 그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고...월 별로 주제를 선정해 책을 고르는데 시사성 고려는 물론이고 학생들의 수준을 가늠해서 선택한다. 이처럼 그녀는 교장이 되어서도 학생들에게 책 읽어주는 시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눈길이 가는 송 교장의 독서법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학교 숲 속 도서관을 연다는 점이다. 서울 등서초 부지에는 숲이 있다. 숲 속에 야외학습장이 있는데 점심식사를 끝낸 아이들을 이끌고 그 숲에서 책을 읽어 준다.

아이들은 숲 속 의자에 앉아 새봄엔 새싹이 나오는 모습을 보고, 여름엔 녹색 잎이 무성해 지는 것을 보며, 또 가을엔 노랗게 물든 나뭇잎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책읽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것이 추억이 된 아이들은 커서도 누군가에게 책을 읽어 주게 될 것이다. 초등학교 때의 책과 나무가 있던 숲을 생각하고 꿈을 키워주었던 선생님을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