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선학초 정호식 교장은 남강을 따라 자전거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집을 나서 맨 처음 맞이하는 것은 남강 너머 보이는 진주성과 촉석루를 바라보며 눈이 호강하는 출근길이 되고 있다. 매일 눈이 즐겁고, 마음마저 시원하게 씻기는 느낌이 든다며 선학초 학교생활이 그저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전한다.

정 교장은 “교육은 가르치고 양육하는 것이지만, 그 본질은 학습자가 원하는 것을 가르치고, 학습자가 바라는 대로 지원하는 것이 바른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를 위해 교사들이 보람된 교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교사들에겐 교사 동아리 활동 지원을 비롯해, 주제 중심 연수를 적극 지원하며 자신만의 교육과정을 만들 수 있도록 교육과정 재구성 및 편성 운영 권한을 교사들에게 일임한 것은 교장으로서 가장 큰 성과라 말한다.

정 교장은 현대 사회 특징을 ‘복잡’과 ‘빠름’으로 축약시킨다. 모두가 한 방향으로 나아가지만, 다른 한편 ‘단순하고 느림’을 바라보고 추구하려는 사람도 존재한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이란 책을 보면 주인공은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호숫가 숲에 자리 잡아 최소한의 문명만 이용 하며 의식주를 해결하는 등 육체적·정신적으로 단순함을 추구하고 있다. 이처럼 느림의 미학을 몸으로 느껴가면서 우리 모두 바라지만, 실행하지는 못하는 것들을 되돌아보며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교육현장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정 교장은 “교육 지향점 역시 사회가 요구하는 것과 너무 비슷해서 오히려 많은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한다. 물론 “학교도 사회일부고, 그 구성원 역시 사회인이지만, 교육현장이 추구하는 방향이 사회와 반드시 똑같을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오히려 그는 “사회에서 추구하지 못하는 이상을 푯대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요즘 사회는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것이나 명예, 권력을 중심 가치로 삼지만, 이들이 절대적인 삶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고 얘기하면서 그러므로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들인 부드러움, 사랑, 나눔, 배려, 공감, 소통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