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 온 아이들

아이에게
 
 그 동안의 삶을 한번 되돌아보면서.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누어서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세장을 써오라고 합니다.
선생님에게 보여 주는 숙제가 아닌 네 이야기, 자신과 대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쓰면 된다. 하루도 좋고, 이틀도 좋고 시간에 구애 받지 말고 쓰고, 편지를 작성하면 연락을 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전학은 편지를 보고 난후 내가 감동을 받지 않으면 전학을 받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이야기를 합니다. 어려우면서도 쉽다. 그냥 네 이야기를 쓰면 된다고 다시 한번 강조를 합니다. 부모님도 같이 쓰게 하였습니다. 서로 편지를 보여 주지 않도록 주의 사항을 이야기 합니다. 그러면서 이젠 서로 의존하고 남을 탓하는 관계에서 독립을 해 보자는 말도 해 줍니다. 

 아이에게는 자신과의 테이트 하는 시간을 갖으라고 합니다. 영화를 보아도 좋고, 평소 먹고 싶었던 것을 먹어도 보고, 혼자 산책을 많이 하라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하게 생각하는 아이에게 방법을 알려 줍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지금까지 전입생 대부분 아이들이 감동적인 편지를 써왔습니다. 편지를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그런 다음 엄마는 잠시 밖에 나가게 합니다. 아이와 역할극을 합니다. 전입생을 관찰해 보니 처음 담임선생님에게 가서 5분이 참 중요한 시간인 것 같았습니다. 이때 많은 아이들이 학교나 선생님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갖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해도 바른 자세로 있으며, 감정을 조절하는 연습 시간을 가졌습니다.

 내가 가상의 담임이 되어 최대한 무시하는 말을 합니다. 그때 아이가 “네 선생님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답을 하는 연습을 합니다. 무슨 대답을 할 것인지는 아이와 상의를 하여 정합니다. 반대로 아이가 선생님이 되어 저에게 말을 함부로 하는 역할극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무슨 말을 해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연습을 한 다음 교실에 들어가게 합니다. 다른 사람의 말이 내 안의 순간적 분노 감정에 브레이크 역할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전학을 오면 어떤 반에 어떤 선생님을 만날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반 배정이 되고 교무실로 이동하여 첫 만남에서 선생님들이 별 뜻 없이 던지는 말과 행동에 아이들이 상처 받는 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때 첫 단추를 잘못 여미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불안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던 아이들이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리고 뛰쳐 나가게 됩니다. 역할연습은 아이들에게 아주 중요한 안정된 학교생활을 하게 되는 터닝 포인트 같은 연습이 되었습니다.

 자신의 내면을 보게 하는 편지와 5분정도의 역할 연습이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에 영향을 받지 않고 공격성을 행동화 하지 않으며 절제 하는 기적과 같은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자기와의 테이트를 거친 전입생들이 다시 사고치는 것이 현저하게 줄었으며, 결석도 거의 하지 않고 다녔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학교폭력으로 남을 괴롭혀 전학 온 재범이는 정말 자기 무엇을 잘 못했는지를 모르겠다고 하던 아이입니다. 학교는 다니고 싶고, 편지는 두 줄 이상 쓸 수 는 없고, 그래서 무작정 다니던 초등학교로 달려갔다고 합니다.

 마침 그날 학교에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을 만났다고 합니다. 어느 학교에 다니느냐고, 그 물음에 순간 너무나 당황스럽고 창피했었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때는 무엇이든지 잘해서 칭찬을 많이 받았던 아이였다며 밝은 얼굴이 되어 자랑을 하였습니다. 선생님이 사주시는 따뜻한 점심을 먹고 다시 중학교에 갔다고 합니다. 아이들과 싸웠던 계단, 처음 담배 피던 곳 등등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내가 잘못한 것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진심으로 들었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담백하게 편지에 빽빽하게 써서 가지고 왔습니다. 편지 내용에는 가슴깊이 숨겨져 있던 자신의 가정사정과 그렇게 밖에 될 수 없는 상황 등이 적혀 있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내 눈물을 보고 당황스러웠는지 옆에 있던 어머니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한동안 셋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침에  
 
 지난 1월, 2월과 3월 초 동안 전입학 아이들이 17명입니다.
한 달이 지나면서 거의 모든 아이들이 잘 다니고 있습니다.
자신이 과거를 돌아보고 그것을 받아드리는 것을 도와 준 것뿐인데 아이들을 다시 일어나
날았습니다. 화사하게 핀 벗 꽃 사이로.

참 고마운 일입니다.

                                                                                                사회복지학박사
                                                                                       한국모험상담나눔센터
                                                                                                             방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