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 가는 아이들...

◇ 장면 1

 선생님 한 분이 이젠 선생 못해 먹겠다며 소리를 지르며 교장실로 내려옵니다. 저놈은 사람도 아니라며 퇴학 시켜야 한다고 소리를 지르고 있습니다. 평소 차분 했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김 선생님은 생활지도 담당으로 1년 내내 이런 일을 반복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아이들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생활지도 부에 아이들을 던져 버리듯 놓고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도망치듯 가버립니다. 담당 선생님 입에서는 내년에는 저 이거 못합니다. 정말 이 노릇 못하겠습니다. 이 소리를 입에 달고 살면서 하루를 운에 맞기고 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 선생님은 다음 해에 다른 업무를 하고 있으며 무척 행복해 하고 있습니다.

 사람도 아니라고 한 아이는 지난해 전학을 온 학생입니다. 여선생님과 수업시간에 잠을 자다가 마찰이 있었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절도, 흡연, 교권침해 등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을 관찰해 보니 대부분이 전학 온 아이들이 다시 사고를 치고 있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아이들은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학교 규칙을 습관적으로 어기고 있었습니다. 습관이란 것이 정말 무서운 것 같습니다. 삶의 가장 큰 기적은 습관을 교정하는 것이라는 문구를 읽은 적이 있는데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특히 담배는 그중에서 가장 골치 덩어리입니다. 담배 때문에 퇴학권고로 전학 온 아이가 다음날 담배를 피우다가 적발되어 선생님들을 황당하게 만드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장면 2

 갑자기 복도가 떠들썩합니다. 전학 담당 선생님과 싸움이 일어났습니다. 소리로 보아 영락없는 싸움입니다. 선생님이 무슨 이유로 전학을 왔는지에 대해 물었다고 합니다. 왜 그런 것을 묻는지 하면서 투덜거리며 나가는 것을 선생님이 듣고 이리 오라고 하니, 소리를 지르고 때려죽인다며 소화기를 발로 차며 소리를 지르고 있다고 합니다.
몸부림을 치며 소리를 지르고 악을 쓰는 아이를 옆에서 바라보는 엄마가 눈물을 흘리며 이러지 말라며 아이를 달래보지만 들은 채 하지 않고 소리를 지릅니다.
 분노의 표출입니다. 무엇이 이렇게 아이들의 마음속에 큰 분노를 만들었을까요. 혼자 해결하지 못하는 저 분노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도저히 막을 수도 없고 계속 이렇게 난동을 부리면 뭔가 큰 일이 날 것 같기도 하고, 더 이상 잡고 있는 것도 겁이나 직원을 시켜 경찰을 불렀습니다. 10여분 난동을 부리고 난후 잠잠해 진 다음 상담실로 이동해 물을 주었습니다. 그래 지금 그렇게 하고나니 뭔가 해결된 것 같으냐고 물었습니다. 작은 소리로 “아니다”라고 합니다. 옆에 있던 엄마는 계속해서 흐느끼며 울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가는 곳 마다 사람들과 부딪혀 어떻게 할 수 없다며, 그렇지만 학교마다 안 받아 주면 우리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울었습니다. 어떤 대답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노성 폭력 앞에 교육, 선생님 등등의 단어는 정말 무색해 집니다. 무력함까지 갖게 되지요. 창문너머로 쳐다보던 선생님들이 교무실로 향합니다. 선생님들의 뭐라 말할 수 없는 눈동자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아이가 진정이 되고 더 이상 할 말도 없고, 지금 경찰을 불러 오고 있으니 경찰이 오기 전에 어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이미 밖에 대기했던 경찰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경고라도 해야 된다며 아이와 엄마에게 다가서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들어왔습니다.
 
  얼마 후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아이는 본래 다니던 학교에 가는 것도 포기하고 자퇴했다는 소리를 전해 들었습니다.

                                                                                                사회복지학박사
                                                                                       한국모험상담나눔센터
                                                                                                             방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