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 Talk 1
 어느 때 부턴가 TV보다 재미있는 것들이 생겨 TV를 잘 보지 않게 되었다. 그전에는 거의 리모컨을 잡고 살았다. 잠을 잘 때나 새벽에 눈을 뜨게 될 때면 리모컨을 손에 들고 이곳저곳을 마치 쇼핑하듯 TV를 보았다. 그로인해 아내와 아이들로부터 무수히 많은 원성도 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시간에 다른 것을 한다. 비밀인데, 나만의 비밀 놀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모 방송에서 우연히 가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는 그 프로그램에 푹 빠져 버리게 되었다. 참가자들이 부르는 애절한 노래에 빠지고, 그것을 평가하는 심사단의 평가에 더욱 매료가 되었다. 내가 느끼고 있는 생각을 그들은 재미있고, 의미 있으며 마치 콩 볶을 때 탁탁 튀듯 재치 있게 말을 전달하고 있었다. 프라이팬에서 톡 톡 튀는 그 소리와 뜨거움이 나의 마음을 고정시키는 것 같았다. 다음 노래에는 어떤 평을 하게 될까,하는 호기심으로 가득 찬 기대감은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게 만들었다. 생각이 없는 그곳에는 판단이 있지 않고 두려움도 없고 부정적인 어떤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이 흘러가고 나서 한 참 뒤에야 나의 생각을 알아차리곤 했다. 이런 이유로 요즘도 나는 그 프로그램을 꼭 챙겨 본다.

▢ 마음 Talk 2
 『만가지 행동』은 김형경의 심리훈습 에세이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관심 있게 읽은 책이다. 책에는 인간의 심층적인 심리가 이해하기 쉽게 쓰여 있으며, 마치 내 마음을 훔쳐 본 듯하여 심리적으로 많은 위로를 받았고, 자기 성찰에도 도움을 받았다.

 최근에 그의 책 『만가지 행동』을 다시 읽었다. 청소년 심리 상담관련 책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먹고 나서 그의 책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용 중에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것이 있었다. 그가 그리스 여행을 앞두고 읽었다는 카잔차키스의 『모레아 기행』에서 만난 그의 묘비명에 쓰인 글이다.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작가는 수수께끼와 맞닥뜨린 기분이었다고 했다. 그는 그리스 여행 중에 이 묘비명을 끊임없이 되뇌었다고 했다. 분명이 그 문장 속에 숨어 있는 비밀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뜻을 알고 싶어 했다. 문장을 마음속에 품고 다녔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거짓말처럼 그 뜻이 환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에는 의존성, 시기심.
 “나는 두렵지 않다.”에는 분노, 불안, 방어기제.
“나는 자유다.”에는 인정, 지지, 욕망, 내면의 감독관 등.

 즉, 각각의 문장 안에는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은 어린 시절에 잘못 만들어진 생존법과 관련된 심리적 결함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 새해 소망
 나는 카찬차키스의 묘비명을 나만의 비밀 놀이 목록에 등록을 했다. 그리고 걸을 때나 이야기할 때나 새벽에 명상을 할 때 등 틈만 나면 입으로 또 마음으로 품고 다니고 있다.
거짓말처럼 환하게 그 뜻이 다가오는 그날을 위해.
마치 오디션 프로그램 기다리듯.
불안해하고, 의존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유아적 생존법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를 직면하고 싶다.

새해는 모든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말한 대로 이루어지는 말의 해에.......


                                                                                               사회복지학박사
                                                                                       한국모험상담나눔센터
                                                                                                             방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