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배화여자중학교(교장 홍대희ㆍ사진)의 1학년 학생들은 11월 4일부터 13일까지 연극 공연을 통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교육부에서 공모 운영하는 인성중심 교과동아리인 ‘연하남(연극으로 하나되어 남기자)’에서 교과서 내용인 ‘홍길동전’을 연극으로 만들어 교내 도서관에서 공연했다.

 담당교사인 고영순 국어교사는 ‘연극은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끼를 발산할 수 있는 다양한 부분이 있어 연극수업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 달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1학년 6개의 각 반별로 진행된 연극 수업은, 모든 학생들이 역할을 하나씩 분담해 참여하고 완성했다. 연극 수업은 교실이 아닌 도서관에서 진행되어 언제든지 연습을 할 수 있는 장소를 확보했다.

 학생들은 반별로 대본을 직접 작성하고 연기 연습뿐만 아니라 공연홍보 포스터를 그리고, 연극에서 쓰일 소품과 음향까지 일일이 준비했다. 이렇게 준비를 하며 한편의 소설이 대본완성, 대사암기, 동선연결, 분장 및 소품활용 등을 배우고 전체 호흡을 맞추며 연극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피부로 느꼈다.

 또 개인적이던 성향을 탈피해 협동하게 되고, 평소 제한적이던 학생들의 사고를 벗어나 감정적으로 더 노출되며 소통할 수 있는 그야말로 ‘힐링 수업’을 연출했다. 연극 수업을 통해 스스로를 희생하고 협동하며 개인의 갈등조절 역량까지 함께 키우게 된 것이다.

 연극무대는 학생들의 아이디어로 독창적으로 꾸며졌으며, 검정색 천을 바탕으로 그 위에 각 반에서 직접 그린 배경이 붙여 있는데, 탁구대를 양옆에 세워 무대를 넓혔다. 극 중 보름달 뜬 저녁을 표현할 때는 조명을 다 끄고 손전등으로 한곳을 비추며 독특한 무대를 만들었다. 소품 또한 감탄할 만했다. 승려의 역할로 나온 학생들은 머리에 살구색 스타킹을 쓰고 삭발한 머리를 표현했다.

 공연 시작 전, 학생들은 서로의 공연 의상과 소품을 챙겨주며 시끌벅적하게 즐거움과 떨리는 마음을 나눴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자 엄숙하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무대 연출을 총괄하는 학생의 주도하에 주인공, 엑스트라, 내레이션, 조명을 담당하는 학생들이 역할에 충실하며 공연을 만들었다. 공연은 비디오 촬영을 통해 단순히 1회성을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영상을 보며 피드백을 한다.

 성황리에 공연을 마친 학생들은 간식을 먹으며 공연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공연수업을 하며 모둠별로 대본을 작성하고 배역을 정하면서 갈등도 많았지만 하나하나 문제를 풀어가면서 실제 연극이 완성되는 것을 보면서 재미있었고 끝나서 시원섭섭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고영순 교사는 “연극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문학작품을 깊이 이해하고, 단순한 수업진행뿐만이 아닌 학생들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단합과 인성교육까지 함께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의 평소 알 수 없었던 여러 측면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에 담임교사와 학부모가 관심을 갖고 함께 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장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