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인 후원보다 실질적 도움을 주는 방법이 없을까?” 고등학교 여고생 4명이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아이들 돕기에 나섰다.

인천국제고등학교(교장 박경훈·사진) 기숙사 508호를 나눠 쓰고 있는 박소민·유재연·이지민·조유정(이상 3학년) 양은 올해 초 자원봉사팀 ‘508호의 기적’을 결성했다.

‘508호의 기적’ 팀은 1학년 때부터 정기적으로 소액 후원을 해주는 에티오피아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의기투합하고 프로젝트를 구상, 동화책을 제작했다.

이들은 학교에서의 일과를 마친 자정부터 기숙사 소등시간인 새벽1시까지 작업을 진행, 7개월 만에 동화책 ‘축구왕 테스파예’를 완성했다.

이 책은 아기 사자 테스파예가 축구를 하다 상피병에 걸려 어려움을 겪는 과정과 기린 의사에게 신발을 선물 받아 즐겁게 다시 축구를 한다는 내용이다. 에티오피아 어린이들이 신발이 없어 맨발로 돌아다니다가 상피병에 걸려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창작 동화이다.

상피병은 에티오피아 인구의 90%가 신발이 없어 활동하다보니 발이 코끼리 발처럼 딱딱해지는 빈곤 병이다.

동화책은 한국어, 영어, 암하락어로 구성됐다. 아프리카 현지어인 암하락어는 박소민 양이 펜팔하고 있는 에티오피아 페카투의 도움을 얻었고, 영어와 한국어는 같은 방 친구들이 창작했으며, 일러스트레이터 조소현 씨의 재능 기부로 완성됐다.

508호 학생들은 동화책 완성 후 에티오피아로 동화책을 보내기 위한 기금을 소셜 펀딩을 통해 마련했고, 상피병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운동화 제조업체에 편지를 써서 운동화 300켤레를 기증받았다.

학생들은 “오랜 장마와 무더위 끝에 맑은 가을 하늘을 보듯이, 에티오피아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게 되어 기쁘다”며 “내년에 대학생이 되면 학업 때문에 부족했던 부분을 더욱 보완해 ‘508호의 기적’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활동 이면에는 인성을 강조하고 봉사활동을 일상화하는 학교분위기가 한몫했다.

인천국제고는 국·영·수처럼 봉사활동시간이 정규 교육 과정에 포함돼 있다. 인천고 학생들은 미추홀 장애학교에서 수업을 하거나, 인근 중학교에 지식 나눔 활동, 복지회관·노인요양원에서 활동하고 오는 정규교육과정을 1학년 때부터 받으면서 나누는 것이 일상적으로 되어 있다. 또 선배가 후배에게, 친구가 친구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멘티·멘토 활동도 적극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구복 교사는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교육혜택을 받는 만큼 항상 인류나 사회에 봉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면서 “특히 단순히 학력, 실력만 추구하지 않고 인성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아이들의 자발적 활동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 교사는 “학급이나 학교차원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지만 방에서 친구들끼리도 봉사 활동이 가능하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면서 “다른 아이들에게 창의적이고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그는 “진로창체부에서 동아리 담당 선생님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활성화 시키는 것은 물론 창의적이고 나눌 수 있는 미래인재를 키우는데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