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반, 2반, 3반.. 학급패찰이 없는 학교가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구신서초등학교(교장 정해오. 사진)는 1반, 2반, 3반 등이 없다. 학급실명제를 실시하기 때문이다.

학급실명제란 학급패찰 대신 교사 이름으로 학반을 표시하는 것. 일반적으로 1반, 2반이라고 부르는 학급패찰 대신 '6학년 최태경 선생님반', '4학년 정윤호 선생님반' 등의 담임 실명으로 학급의 호칭을 바꿨다.

학급실명제는 정해오 교장이 착안한 것으로 2011년부터 3년째 운영하고 있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학반을 잘 찾지 못하는 혼란도 있었다.

그러나 차츰 학생, 학부모들도 담임선생님 이름을 더 잘 기억하게 되었고, 학교설명회에서 학급실명제 실시 취지를 듣고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게 되었다.

선생님들은 반에 대한 책임감과 애착이 커졌다. 3월이 되면 아침에 아이들을 맞이하고 이름도 불러주는 등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면서 학교가 신나게 올 수 있는 곳으로 변했다.

정해오 교장은 “인성교육, 학교폭력 등 학교가 많이 힘든데 담임교사에게 반에 대한 애착심과 책임감을 부여하는 방안을 생각하다 명품에 제작자 이름을 내거는 것에 착안해 학급실명제를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 교장은 “처음에 선생님들의 사고를 전환 하는 하나의 방법이었다.”면서 “선생님 반은 선생님의 반이다. 그 이름에 걸맞게 생활지도나 인성, 학력 등 책임지고 어디에 내놔도 떳떳한 명품 반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3년째 학급실명제를 실시하여 학력향상과 인성지도에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구신서초등학교는 학급실명제 실시와 함께 '2012년 학습부진학생 책임지도 최우수학교' 선정 및 '초등학교 학교평가 우수교'로 선정 되었으며, 3년째 학교폭력 청정 지역의 성과를 거두었다.

이하경 3학년 학부모는 “담임교사 이름은 모르고 학년이 올라갈 때가 있는데 이제는 담임교사 이름을 확실히 알게 되고, 실명이라 하니 더 믿음이 간다.”라고 했다.

2년째 6학년 담임을 하고 있는 서선영 교사는 “처음에는 내 이름을 건 패찰을 보면서 좀 쑥스럽기도 하고 부담도 느꼈지만 이름 때문에 학급에 대한 애착도 커지고 자긍심도 느끼게 되어 학생들의 학력이나 생활지도에 더 노력하는 동기와 자극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정해오 교장은 “처음 발령이 나서 학교에 왔을 때는 아들이 좀 거칠었다. 그러나 이듬해 이렇게 하고 나니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졌다.”고 말했다.

정 교장은 “아이들이 욕설도 안하고 인사도 잘한다. 쉬는 시간에 복도를 뛰어 다니는 애들도 없다.”면서 “자기 반에서 선생님들이 사랑으로 품어주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요새 아이들이 우리 것에 대해 잘 모른다.”면서 “지난해 여름철에 목화를 20화분 심어서 학교 입구에 갖다 놓으니까 애들이 잘 모르더라.”고 안타까워했다.

아이들에게 할미꽃 등 우리 야생화에 대해 많이 알려주기 위해 야생화를 정렬해서 심어놓기도 하고 보리, 밀, 조, 수수, 차조 등 화단에 우리 농산물 들을 심어서 거기에 대한 것도 알리려고 파종을 다 했다며 아이들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정 교장은 “식물, 농산물이라도 우리 것을 알고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심어놓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대구시교육청 배종호 학교생활문화과장은 ‘교사 실명제’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