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뵙고 싶었습니다 - 서영주 (주) 어크로스건축사사무소 대표] 좋은 교육 만드는 공간 유연성 미래학교
감성 기반 디자인…공동체성 길러…공간 가치 전환해야
기사입력 2025-05-16 10:27 | 최종수정 05-16 10:27
 

 ▲사진: 서영주 (주) 어크로스건축사사무소 대표 
/ 한국여성건축가협회 수석부회장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건축사로서 현재 어크로스건축사사무소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국여성건축가협회의 수석부회장과 한국건축가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토교통부 중앙건축위원회와 서울시 건축위원회 위원으로서 공공 건축과 도시 환경에 대한 정책 자문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 4차산업 혁명을 넘어선 시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교육계는 현장에서 많은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초·중·고 아이들을 보면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다양한 전문가의 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건축가의 입장에서 바라본 학교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교육은 자원이 부족한 시절 우리나라를 이끌어온 가장 강력한 성장 동력이었습니다. 그러나 전국 폐교가 4000개에 이르는 저출산 사회가 되었으나, 학생들은 오히려 더 큰 경쟁 속에서 자유로운 시간을 갖기 어려운 여건입니다. 7세 의대반과 같은 기형적 과열된 입시 중심의 교육 환경은 아이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억누르고 있으며, 공교육은 변화하는 시대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디어와 SNS 환경에 익숙한 세대는 더 이상 주입식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여전히 반복 중심의 문제풀이 위주의 교육 콘텐츠는 미래 사회에서 큰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이런 교육 방식 속에서 학생들은 성적 중심의 평가에 지쳐가고, 무엇보다 교사들이 제일 힘든 여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직된 공간과 과도한 행정, 잦은 민원 속에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으며, 지난 한 해 동안 교직경력 10년 미만의 교사 500여 명이 퇴직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무엇보다 학교 공간이 이 모든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여전히 규격화된 교실, 폐쇄된 복도, 수직적 관계를 암시하는 구조는 교육의 본질을 가로막는 요소입니다. 특히 학생과 함께 학교공간을 이용하는 주사용자이며,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는 교사들의 사용자 입장이 소홀히 배려되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학교를 위한 여러 혁신사업에 있어서도 학생들의 공간에 비하여 덜 중시되어왔으며, 교육의 기본이 될수 있는 연구, 상담, 협력, 쉼조차 어려운 공간은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습니다.

▲ 경제 성장을 목표로 두고 시행했던 제조업 방식의 교육방식은 현 시대에는 효과적이지 않아보입니다. 공장식 학교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창의성과 행복도를 높일 수 있는 학교로 거듭나기 위해 우선적으로 변화해야 하는 부분이 무엇일까요?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공간의 유연성’입니다. 고정된 교실이 아니라 학습 목적에 따라 자유롭게 재구성 가능한 구조가 되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공동체성’입니다. 학생들 간의 소통과 협력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공간, 지역사회와 연계되어 외부와도 연결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감성적 디자인’입니다. 인간의 감정과 감각을 고려한 공간은 정서적 안정감과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앞으로의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창의성을 키우며 인성과 협력, 공감을 갖는 사회적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 될 것입니다. 그에 맞는 공간적 전환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합니다.




학교는 고립된 건물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배우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그 안에서 교사와 학생은 ‘함께 숨 쉬는 존재’로 설계되어야 한다.




▲ 아무래도 설립되어 있는 학교들에 리모델링 외에 변화를 주는 건 힘든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리모델링만으로 교사와 학생들의 공간에 개방성과 자율성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 방안엔 무엇이 있을까요(방향성)?

 차별화된 개념을 목표하며 교육공간의 신축이 된다면 제일 좋겠으나, 신축이 어렵더라도 리모델링을 통해 충분히 의미 있는 전환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그동안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학교공간 재구조화 사업’ 등을 통해 건축가들이 다양한 실험을 해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실 벽을 가변형으로 변경해 시각적 개방감을 높이고, 공간을 새롭게 통폐합하여 새로운 성격과 기능을 모색하고, 복도에 모듈형 가구를 설치하여 자율 학습과 휴식이 가능한 공간으로 바꾸는 방식이 있습니다. 천장과 조명을 조정하거나 창과 외부 공간을 적극적으로 연계해 자연과 소통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정서적 안정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작은 변화라도 교육철학을 반영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공간 개선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공간’이라는 상징적 혁신이 됩니다.

▲ 교육 현장의 변화를 이끌 때 가장 크게 방해되는 제도엔 무엇이 있을까요(실현이 되면 좋지만 규정에 가로막히는 부분들, 사라졌으면 하는 규제)?

 현재의 학교시설 기준은 ‘안정성과 표준화’를 목표로 만들어졌지만, 이제는 경직된 규정이 창의적인 설계를 가로막는 장벽이 되고 있습니다. 교실의 면적, 형태, 기능이 모두 정해진 틀에 맞춰야 하다 보니, 새로운 교육 철학을 반영한 설계가 현실화되기 어렵습니다.

 또한 교육부와 교육청의 복잡한 승인 절차는 실험적 시도를 어렵게 만들고, 학교 건축을 단순한 인프라로 보는 인식도 여전합니다. 이제는 학교 공간을 ‘제3의 교사’로 인식하고, 공간이 교육에 기여할 수 있다는 관점을 제도적으로도 반영해야 합니다.

▲ 국내, 해외 사례 소개부탁드립니다.

 국내에서는 세종시 해밀초등학교가 좋은 사례입니다. 교실과 복도, 실외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학생들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지역 주민이 함께 사용하는 커뮤니티 공간도 갖추고 있어 ‘학교의 사회화’ 모델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핀란드의 Saunalahti School이 대표적입니다. 교실이라는 개념을 뛰어넘어 학습 중심 공간을 자유롭게 배치하고, 지역 커뮤니티와 연계된 설계를 통해 학교를 ‘열린 배움터’로 만들었습니다.

 또 미국의 Ehrman Crest School은 박물관의 공간 구조를 차용해, 학교 전체가 배움의 도구가 되도록 설계한 혁신적인 모델입니다.

▲ 지금까지 해주신 말씀처럼 교육에서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이 필요하다는 것에 깊이 공감합니다. 앞으로 교육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현재의 교육은 세계적으로 공통된 위기와 전환점을 맞고 있습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는 더 이상 주입식 교육에 머물 수 없으며, 정서와 감성을 기반으로 한 자율적·경험적 교육환경이 요구됩니다.

 저는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새로운 교육환경을 주도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교육열로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선 저력은 이제 ‘공간과 가치의 전환’으로 이어져야 하며, 학생의 창의성과 감정을 존중하는 미래형 학교 모델을 실천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학교는 더 이상 고립된 건물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배우는 플랫폼이 되어야 합니다. 그 안에서 교사와 학생은 ‘함께 숨 쉬는 존재’로 설계되어야 하며, 이 공간은 교사의 노동을 존중하고 학생의 감정을 품는 장소여야 합니다.이를 위해선 건축계 및 여러 분야 전문가들과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며, 경직된 시설기준과 행정 절차도 유연하게 바뀌어야 합니다. 결국, 교육의 본질은 사람이며, 좋은 공간이 좋은 교육과 사람을 만든다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진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바로 ‘학교건축’을 다시 바라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영주 건축가의 말처럼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 교육계가 경제 성장을 위한 제조업 방식의 교육방식을 넘어 공교육 공간에 대한 선진화·가치 전환에 힘써야 하는 이유이다. 기존 골격의 한계점을 인정하고 공간 중심, 교사·학생 중심으로 나아가는 건축물로의 변화를 꾀해야 하며, 교육 전문가 외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과 힘써 학교에서 자라나는 다양한 인재가 잠재력을 펼치는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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