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2년 전. 폐교직전 남한산 초등학교에 ‘작은 학교 기적’을 일궈내며 큰 화제를 불러 모은 장본인이자 교육 혁명가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리는 서길원(보평초등학교) 교장. 그는 혁신학교의 선구자로서 국내에 많은 강연과 컨설팅을 해주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또 EBS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프로그램을 통해 교사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선 교사들에게 따뜻하고 애정 어린 조언으로 많은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작은 학교를 떠나 대한민국 교육계에 보다 큰 희망과 구체적인 대안을 보여주기 위해 큰 학교로 자리를 옮긴지도 올해로 4년째 접어든다.

그는 과연 대한민국 공교육의 희망을 보았을까?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그는 여전히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자신의 원칙을 지키면서 묵묵하게 척박해져만 가는 대한민국의 공교육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있었다.

공교육 혁신의 주체는 바로 교사

서길원 교장은 보평초등학교로 오기 전 평범한 교사였다. 2000년 남한산초교의 학생수가 줄어 폐교 직전으로 몰리자 ‘학교 살리기 추진위원회’에서 교사 대표를 맡으며 그야말로 지역사회, 교사, 학부모가 똘똘 뭉쳐 함께 교실혁신을 이뤄내면서 이후 남한산초등학교는 전국의 학부모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남한산 초등학교가 성공하면서 당시 공교육에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데 의미를 두었지만, 구체적인 대안을 삼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큰 학교에서 한 번 시도 해보자 결심한 거죠.”

현재 보평초등학교는 경기도 권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명문학교로 평가받고 있다. 보평초교 인근 부동산 전세 값은 평균 4천만원이 호가할 정도이며 이미 학급은 포화 상태이다. 2009년 처음 9학급으로 시작한 보평초등학교는 현재 47학급으로 늘어났으며 반 평균 인원이 33명이 될 정도로 그야말로 소위 학생들이 몰리는(?) 학교가 됐다.

“보평초교의 성공을 두고 일각에서는 ‘상황’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예전에는 작은 학교라서 성공했다고 하고, 요즘에는 주변여건이, 혁신학교로 지정되어 지원받아서 상황이 좋아서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경기도와 서울권에 혁신학교로 지정받아 정부의 지원받은 학교는 전부 성공했습니까? 아닙니다. 사람들은 자꾸 상황가지고 교육문제를 풀려고 하는데. 그렇게 접근하면 문제를 절대 풀 수 없습니다.”

서길원 교장은 학교문제를 내부 사람들이나 외부 사람들이 안 되는 ‘상황’만 가지고 불가능하다고 할 게 아니라, 상황에 맞춰서 포기하지 않고 교사가 중심이 되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길원 교장은 변화와 혁신이라는 단어가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지만 실제로 그가 내세우는 성공의 비결은 아주 간단하고 본질적이라고 귀띔해준다.

교사와 아이들, 아이들과 아이들이 서로의 관계에서 존중해주고 배려해주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교사들의 자존감과 내적인 능동성을 일깨워줘서 열정을 갖게 도와주어야 한다. 그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바로 자리 잡으면 그게 바로 ‘혁신’이라고 말한다.

교사들은 교육 콘텐츠 생산하는 주체가 되어야

“학교 폭력이나 집단 따돌림 문제를 거창하게 풀 게 아니라 아주 단순하고 쉽게 기본적인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면 됩니다. 저희 학교는 아침마다 교장인 저와 교감이 교문 앞에서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맞이해 줍니다. 또 선생님들은 교실 앞에서 즐겁게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안아주고 반갑게 맞이 해주는데 아이들이 아침에 얼마나 기분 좋게 시작하겠습니까.”

처음엔 아이들이 어색해 하고 그저 보여주기 식의 쇼(?)로 의심하던 아이들이 오랜 시간 교감선생님, 담임선생님들이 진심으로 대하자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은 등교하면 아이들이 먼저 선생님을 안을 정도라고.

“저희 학교는 외부 컨설팅이나 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지 않고 오로지 저희 학교만의 교육의 틀을 교사들과 함께 만들어 갔습니다. 교사들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교사들에게 교수들이 만들어 놓은 교육 방식을 무조건적으로 따르게 하기 보다는 교사 스스로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개발하고 연구하도록 이끌어주는 게 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교장들은 명령하고 지시할 게 아니라 교사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능동적으로 변화하도록 이끌어주어야 합니다. 교장도 권위를 버려야 합니다. 결제를 없애고 대신 ‘공유’하고 서로 의견의 듣는 등 학교 내 관료주의의 업무행정 중심부터 청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보평초등학교 역시 처음에는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내부적으로 교사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단다. 하지만 서길원 교장은 진심으로 교사들을 존중해주고 그들이 스스로 자신감과 열정을 갖도록 기다려주고 믿어주었다고 한다. 실제로 인터뷰 전에 교무실에서 만난 한 교사는 동료교사들이 수업연구를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공개수업과 때론 힘이 들고 스트레스도 받지만 그만큼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서길원 교장은 교원평가가 정교하게 이뤄지고 학교 지원금도 늘어났으며 또 학생들의 실험자재 역시 양과 질적으로 훨씬 더 좋아졌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학교는 더 황폐해져만 가고 있다며 기존의 교육방식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만간 대한민국의 공교육에 커다한 후폭풍이 불어 닥칠 것입니다. 아니 변화의 바람은 이미 시작됐다고 봐도 무관합니다. 교사들이 현재 그것을 인지하고 있느냐, 아직 인지하지 못하고 있느냐의 차이입니다. 학교 내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스스로 변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학교 내부에서 불어오는 폭풍을 피해갈 길이 없습니다. 지금은 바로 스스로 변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때입니다.”

나성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