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 8월에 내놓은 초등학교 저학년 하교시간을 오후 3시로 늦추는 방안에 대해 학생과 교사들 대부분이 반대의견을 보였으며, 진보와 보수 교육단체 모두가 반발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산하기구인 참교육연구소, 전국초등위원회를 통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놀이시간을 늘려 3시에 하교하는 ‘더 놀이학교’에 대해 초등학생 과반수 이상(71.2%), 초등교사 대부분(95.2%)이 반대했다.

전국 초등학생 3~4학년 5133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3학년은 71.2%, 4학년은 69.4%로 모두 절반 이상이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반대 이유로 ‘쉬고 싶다, 학교에 오래 있으면 피곤하다’가 가장 많았고, ‘학원가는 시간이 늦어진다’가 그 다음으로 많았다. 초등교사4735명 중 대부분(95.2%)도 3시 하교에 ‘졸속정책’이라며 반대했다.

또한, 저출산위원회의 생각과는 달리 초등학생과 교사들은 3시 하교에도 학원수강이 줄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초등학생 10명 중 5명은 ‘3시 하교를 한다면 학원(혹은 방과후) 수강이 줄어들게 될까요?’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서’라고 답한 학생들이 85.3%, ‘집에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는 6.5%에 그쳤다. 초등교사 10명 중 9명(94.1%)도 ‘입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학원 수요 줄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설문조사를 통해 전교조는 하교시간 연장에 대한 문제점으로 부모의 교육권을 침해하고, 초등학교들의 다양한 조건과 욕구를 획일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교육을 교육 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접근하는 저출산위는 지금이라도 ‘초등학생 3시 의무 하교제’ 안을 철회해야 한다. 특히 이제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교육철학의 토대 없이 남발하는 정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30일 논평을 통해 “초등학교 저학년의 하교 시간 연장은 근본적인 저출산 대책이 될 수 없으며, 학생의 발달단계와 교육현장의 여건과도 맞지 않으므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교총은 초등학교 저학년 3시 하교 방안의 가장 큰 문제로 학생과 교육에 대한 이해 결여를 제기했다. 교총은 “초등학교 저학년은 부모와의 관계가 중요한 시기이며, 방과 후 다양한 활동을 한다”며 “가정 돌봄 여건이나 학생의 발달·성장단계, 학부모 선호 등을 고려하지 않은 하교 연장은 학생·학부모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교총은 교육 프로그램, 시설 확충 등 충분한 인프라 없이 시간만 늘리는 것은 교육적이지 않으며, 교사들도 하교시간 연장으로 교육업무 처리와 연구 및 수업준비에 차질이 불가피해 학생 안전사고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돌봄 환경과 프로그램을 위한 투자확대 등 논의 및 결정과정에 초등교사나 전문가를 반드시 참여시켜 현장성과 신뢰성을 제고하는 등 전면 재검토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서울교사노조, 실천교육교사모임도 논평을 통해 “저출산위의 결정은 초등교육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육아 휴직, 연차, 휴가 등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법률적, 제도적, 사회문화적인 시스템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